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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사의여행스케치] 아르헨티나 · 브라질 - 이구아수 폭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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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이구아수 폭포는 브라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 등 세 나라 국경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 마침 브라질에서 아르헨티나로 가는 길이었다. 브라질 내륙에서부터 장거리 버스를 타고 오래 달린 뒤 주변에 폭포가 있을 것처럼 보이지 않는 허름한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운 좋게도 포르투갈어를 잘하는 일본 여자애 둘의 도움으로 일단 싼 호텔에 짐을 풀 수 있었다.

이구아수 폭포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양쪽에서 모두 구경할 수 있다. 나도 하루에 한 나라씩, 이틀 동안 두 나라를 오가며 폭포를 마주했다. 브라질 쪽에서는 폭포의 전경을 한눈에 보기 좋았다. 그러나 그 웅장함을 즐기기에는 폭포 상부까지 보행자 다리가 연결돼 있는 아르헨티나 쪽이 나았다.

첫째 날, 브라질의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물이 낼 수 있는 가장 큰 소리와 함께 화면에서만 보아왔던 폭포가 눈앞에 펼쳐졌다. 1초에 1300t의 물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그중 일부가 날아와 내 옷을 몽땅 적셨다. 동행했던 일본 여자아이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윗옷을 휙 벗어던지는 것이 아닌가. "수영복 입고 왔으므니다."

순간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지만 그 때문에 폭포의 감동이 반감되지는 않았다. 나 또한 과감히 웃통을 벗어던지고 최대한 폭포 가까이 다가갔다. 물론 근육이라곤 없는 내 몸을 내려다 보며 '운동을 해야겠군' 하는 생각을 잠시 하긴 했지만.

이틀째 되는 날에는 강 하류에서부터 모터보트를 타고 폭포 바로 아래까지 갔다. 아르헨티나 쪽에서 떨어지는 물보라에 흠뻑 젖은 뒤 기다란 관광객의 행렬을 따라 폭포의 하이라이트로 향했다. 잠시 뒤 마침내 소용돌이치는 '악마의 목구멍(사진)' 바로 윗부분에 이르렀다. 훅 하고 숨이 멎었다. 문득 세상의 끝에 도착했다는 생각을 했다. 거대한 물줄기는 마치 슬로 모션처럼 소리가 생략된 채 몽환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나중에 친구에게 말했다.

"그대로 빨려 들어가고 싶었어. 거대한 구멍이 나를 부르는 것 같았거든."

세상이 아직 자기 편이 아니라고 느끼는 사람은 이구아수 폭포에 가는 것에 더 신중할 일이다.

오영욱 일러스트레이터·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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