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2010년까지 신문사 편집기자였다.
기자 노릇을 딱 20년 채우고 그만뒀다.
직업을 버린 그는 나고 자란 안면도로 귀향했다.
이는 어릴 적 꿨던 꿈을 좇아간 귀향이었다.
예서 섬을 돌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렇게 섬을 알기 위해 찍고 걸은 7년,
결국 그는 자신의 정체성이었던 섬을 통해 자신을 찾게 됐다.
이때까지의 이름은 손현주였다.
2017년, 그는 프랑스 베르사유 시립 미술대학에 편입했다.
나이 쉰둘이었다.
이는 새 이름 ‘지나 손 (Gina Sohn)’으로 디딘 새로운 도전이었다.
예서 수석으로 졸업한 그는 사진을 넘어 대지미술에 눈을 떴다.
대자연이 예술의 재료이며 대상이 된 게다.
하나 대지미술은 우리나라에선 낯설 뿐만 아니라 불모지나 다름없다.
1일 서울 자하미술관 전시 개막을 앞둔 그에게 대지예술을 물었다.
“’허공을 드로잉하다’라는 이야기로 계속 대지미술 작업을 했습니다.
파리에선 빨강·노랑·파랑 막대기를 허공에 던지면서 영상을 찍기도 했죠.
사실 이건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비어 있는 허공을 건드린 겁니다.”
그의 대지엔 흙·물·돌은 물론이거니와 허공까지 포함된 개념이었다.
이른바 캔버스에 물감으로 그리는 드로잉을 넘어서는,
기운만으로 허공에 그리는 행위 또한 그에겐 그림 행위인 게다.
그렇다면 이로써 그가 관람객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뭘까.
“실내에 있어야 할 캔버스를 바깥에 설치했으며 퍼포먼스도 준비했습니다.
이를테면 나만 소유하는 예술이 아니라 모두가 소유하는 예술이라는 의미죠.
다들 현대 미술을 어렵게만 생각하잖아요.
대지와 함께하는 작품을 보고, 퍼포먼스도 같이 참여하다 보면
현대미술의 중심에 함께 서 있는 여러분을 발견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