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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적의 파트너"…尹정부와 싱크로율도 높다, 호주의 잠재력

중앙일보

입력

호주가 한국의 차세대 협력 파트너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호주 협력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호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나누는 윤석열 대통령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호주가 한국의 차세대 협력 파트너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호주 협력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호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나누는 윤석열 대통령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한·미 동맹 강화와 한·일 관계 개선을 잇는 윤석열 정부의 차기 외교 과제로 한·호 협력이 급부상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대외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과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재편은 물론 북핵 대응 등 전통 안보 영역까지 호주가 갖춘 잠재력이 부각되면서다. 대통령실은 최근 한·호 관계를 주제로 외교·안보 전문가와의 비공개회의를 여는 등 협력 토대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과 호주는 여러모로 ‘유사 입장국(like-minded country)’ 관계다. 자유·민주주의·인권 등 가치 중심의 외교를 추구할 뿐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미·중 갈등 구도 속 미국 측에 무게중심을 두는 외교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 때문에 따르는 대중(對中) 리스크 역시 한·호 양국이 공통적으로 겪는 외교적 과제다.  

정부 관계자는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외교 목표를 위해선 북핵 등 한반도 문제와 주요 4강(미·일·중·러) 외교를 넘어 가치를 공유하면서도 경제력과 영향력을 갖춘 중견국과의 연대가 필수적”이라며 “호주는 협력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인 만큼 국장급 등 실무 차원의 협력에 이어 최고위급 대면 소통 계기를 적극적으로 만들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태 전략과 한·미·호 협력

지난해 스페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당시 아시아 태평양 파트너 4개국(AP4) 정상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스페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당시 아시아 태평양 파트너 4개국(AP4) 정상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연합뉴스

호주와의 협력을 중시하는 기조는 윤석열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이었던 지난해 6월 나토(NATO·북대셔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 때부터 드러났다. 당시 윤 대통령은 스페인 방문의 첫 일정으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양국 관계의 발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고, 앨버니지 총리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자유,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하자”고 화답했다.

앨버니지 총리의 언급대로 인도-태평양 지역은 향후 한·호 협력의 구심점일 전망이다. 호주는 그간 인태 지역의 새로운 규범과 국제질서를 설계하는데 공을 들였다. 미국이 주도하는 인태 질서 구축의 초창기 멤버인 셈이다. 정부 역시 지난해 말 한국판 인태 전략을 발표하며 이 지역에서의 협력과 안보 증진에 손을 뻗었다.  

지난해 말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에는 한미호 3국 협력이 주요 과제로 명시됐다. 연합뉴스

지난해 말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에는 한미호 3국 협력이 주요 과제로 명시됐다. 연합뉴스

인태 전략을 중심에 둔 한·호주 협력은 한·미·호 3국 간의 새로운 소다자 연합체 활성화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한국판 인태 전략에도 국제질서를 강화하기 위한 한·미·호 협력은 주요 과제로 명시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달 29일 서울에서 한·미·호 3국 간 국장급 지역전략대화를 열었다. 외교 소식통은 “이번 지역전략대화에선 인태 지역의 안정이 한·미·호 3국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에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했고, 향후 구체적 협력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목표와 방향성, 의제 등을 설정하는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호 협력, IRA 돌파구 되나

미·중 경쟁의 최전선에서 반도체·배터리 등 공급망 재편 문제가 다뤄지고 있는 상황 역시 한·호 협력의 기폭제다. 특히 배터리 분야에서 기술과 자본을 갖춘 한국과 리튬·니켈 등 핵심 광물이 풍부한 ‘자원부국’ 호주는 최적의 상호 보완적 파트너로 평가된다.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중국산 광물을 배제하는 산업통상정책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대체재로 호주가 부상하는 이유다.

실제 IRA의 전기차 세제 혜택 관련 세부 지침에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라도 핵심 광물과 배터리 부품 요건을 갖춰야 최대 7500달러의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광물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선 배터리에 쓰이는 핵심 광물의 40%를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해야 한다. 이 비율은 매년 10%p씩 올라가 2027년엔 80%가 된다. 한국 기업으로선 중국산 광물 의존도를 대폭 낮추는 일이 당면한 과제이기 때문에 미국과 FTA를 체결한 호주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미 포스코·고려아연 등 국내 기업에선 광산개발 투자 등 호주 진출을 본격화했다.

미국 주도의 대중(對中) 압박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호주 역시 수출선 다변화 측면에서 한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실제 호주는 2018년 5G 네트워크에 중국 화웨이의 참여를 금지하고, 2020년 코로나19 발원지를 추적하는 국제조사를 지지하며 중국과 외교·통상 갈등을 빚었다. 당시 중국은 호주에 대해 보리·소고기·와인·석탄 등 무역 보복 범위를 점차 넓혔고, 호주는 중국에 대한 철강석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로 맞대응했다

포스코는 이차전지용 니켈 광산회사인 호주 레이븐소프의 지분 30%를 2억4천만 달러에 인수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는 이차전지용 니켈 광산회사인 호주 레이븐소프의 지분 30%를 2억4천만 달러에 인수했다. 포스코 제공

물론 호주의 정권 교체로 올해 초부터 이 같은 통상 갈등은 해소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불씨는 여전하기 때문에 호주가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 한국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호주는 중국에 쏠려있는 희소 광물 수출을 한국에 분산하려는 의지가 상당하고, 한국 역시 공급망 다변화 측면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호주와의 협력이 필요한 만큼 양국은 상호 보완적 관계”라며 “사실 호주는 꽤 오래전부터 한국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는데,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호주의 반중(反中) 스탠스를 부담스러워 했던 것과 달리 이번 정부에선 상호 협력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마련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③중견국 외교와 북핵 공조

지난해 8월 호주 상공에서 호주 공군과 한국 공군이 연합 공중급유 훈련을 실시하는 모습. 공군 제공

지난해 8월 호주 상공에서 호주 공군과 한국 공군이 연합 공중급유 훈련을 실시하는 모습. 공군 제공

한·호 양국은 국제사회에서의 입지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 탓에 주요 7개국(G7)을 주요 9개국으로 확대할 경우 편입 유력 후보군으로 꼽힌다. 미·중 경쟁에 대처하기 위한 핵심 역량인 ‘중견국 외교’의 측면에서 한·호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은 “한·일 관계 개선이 그간 막혔던 혈을 뚫는 의미라면 호주와의 협력은 새로운 혈을 찾는, 즉 한국의 외교 지평을 넓히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요소”라며 “미·중 경쟁에 공동으로 대처할 수 있는 중견국 간의 연대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한·호주는 굉장히 궁합이 잘 맞는 파트너 관계”라고 말했다.

호주는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문제에 대한 입장 역시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과 싱크로율이 높다. 지난해 6월 한·호 정상회담에서도 양 정상은 북핵 공조 의지를 재확인했다. 당시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며 “북한에 대해 부과하고 있는 경제 제재를 앞으로도 강력하고 엄격하게 이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인수위 시기 캐서린 제인 레이퍼 주한호주대사를 만나 한국의 쿼드 워킹그룹 참여를 지지해달라고 요청했다. 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인수위 시기 캐서린 제인 레이퍼 주한호주대사를 만나 한국의 쿼드 워킹그룹 참여를 지지해달라고 요청했다. 공동취재단

대북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한 한국의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 협력체) 워킹그룹 참여 문제에 있어서도 호주의 지지는 필수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캐서린 제인 레이퍼 주한호주대사를 만나 한국의 쿼드 워킹그룹 참여 문제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는 등 쿼드 협력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오는 26일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의 쿼드 워킹그룹 협력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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