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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입법조사처 "노조 회계장부 정부 제출, 법적 근거 없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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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과 대통령실 안상훈 사회수석(오른쪽), 김은혜 홍보수석이 지난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노조 회계' 공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과 대통령실 안상훈 사회수석(오른쪽), 김은혜 홍보수석이 지난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노조 회계' 공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를 이유로 노조에 회계장부 제출을 지시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정부지원금을 중단하겠다고 밝혀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는 가운데 노조가 행정관청에 내야하는 '결산 결과와 운영상황'에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국회 입법조사처 의견이 나왔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제출받은 답변자료에 따르면 입법조사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7조의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에 노조법 제14조의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가 당연히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노조법 제14조에 따르면 노조는 조합 설립일부터 30일 이내에 조합원 명부, 규약, 임원 성명·주소록, 회의록,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작성해 사무실에 비치해야 한다. 노조법 제27조는 "노조는 행정관청이 요구하는 경우에는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을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말 노조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며 노조 253곳과 공무원·교원 노조 81곳을 대상으로 회계장부 비치 여부와 관련한 자율점검 결과 보고서,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 등이 포함된 자료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에 양대 노총(한국노총, 민주노총)은 겉표지는 제출하되 내지는 제출하지 말라는 내용의 대응 지침을 배포했다.

노동부는 지난 16일 334곳 중 2021년 이후 해산한 7곳을 제외한 327곳에 회계 관련 자료를 요청한 결과 120곳(36.7%)만이 정부 요구에 따라 자료를 제출했고, 207곳(63.3%)은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동부에 따르면 207곳 가운데 153곳은 자율점검 결과서나 표지는 냈지만 내지를 제출하지 않았고, 54곳은 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않았다.

노동부는 17일부터 2주간 시정 기간을 운영하고, 이 기간에 자료 제출 또는 소명을 하지 않은 노조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른 현장 조사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또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전날 "올해부터 회계 관련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노동단체를 지원에서 배제하고, 그간 지원한 전체 보조금도 면밀히 조사해 부정 적발 시 환수하는 등 엄정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과태료 부과에 이어 정부지원금 중단 및 환수 카드까지 꺼내들자 노조는 회계장부 제출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정부지원금을 거론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입법조사처는 노조법 27조에 따라 노조가 행정관청의 요구로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을 보고하더라도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입법조사처는 그 근거로 과거 대법원 판례를 들었다.

대법원은 지난 2017년 "외부로 반출될 경우 제3자에게 노조의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가 유출될 우려가 있고, 이로 인해 노조의 자주적 운영이나 전체 이익이 저해될 우려"가 있을 경우 등사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입법조사처는 "이 대법원 판례를 행정기관에 대한 보고에 유추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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