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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고 ‘맑음’, 외고‧자사고 ‘흐림’…정부 정책에 희비 엇갈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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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입 설명회에 참가한 학부모 모습. 연합뉴스

고입 설명회에 참가한 학부모 모습. 연합뉴스

이과 선호가 높아지는 가운데 정부의 첨단산업 인재 양성 정책 등의 영향으로 과학고와 외국어고, 자사고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과학고는 학생 모집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는 반면 외고 경쟁률은 낮아지는 추세다. 자사고 중에는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 늘고 있다.

12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23학년도 일반고‧외고‧자사고 등 후기고등학교 원서접수를 12월 7일부터 시작한다. 전기고에 해당하는 서울지역 과학고 2곳(한성‧세종과학고)은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원서접수를 했다.

전국외고학부모연합회 회원들이 지난달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정부의 외고 폐지 정책 즉각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전국외고학부모연합회 회원들이 지난달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정부의 외고 폐지 정책 즉각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문송합니다' 외고 경쟁률 더 떨어질듯

외고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선호도는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2023학년도 입시는 아직 시작 전이지만, 올해 기준 전국 30개 외고 중 15곳이 신입생을 채우지 못했다. 입학 경쟁률은 2020학년도 1.37대1, 2021학년도 1.04대 1, 2022학년도 0.98대 1로 3년간 감소했다. 경기외고(1.59대1)‧대원외고(1.38대1)의 경쟁률은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2010학년도의 경쟁률(3.4대1)에는 미치지 못한다.

인문계열의 취업난이 이어지는 게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문송합니다”(문과라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문과 출신 학생들은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19년 발간한 ‘월간 노동 리뷰’ 보고서를 보면 인문계열 전공자의 취업률은 56.0%로 모든 전공 중 가장 낮았다.

입시업계는 올해 외고의 경쟁률이 더 떨어질 것으로 봤다. 현 정부에서 “자사고는 유지하고, 외고는 폐지하겠다”고 밝혔다가 외고의 반발로 한발 물러서는 등 외고의 입지는 불안한 상황이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지난해부터 시행된 문‧이과 통합 수능으로 외고 기피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과생들이 수학점수에서 우위를 점하고, 상위권 대학 문과에 지원하는 '문과 침공'까지 벌어지고 있는데 내신점수 받기 어려운 외고에 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자율형사립고인 장훈고등학교가 일반고 전환을 결정했다. 사진은 지난 7월 21일 서울 영등포구 장훈고등학교 모습. 뉴스1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자율형사립고인 장훈고등학교가 일반고 전환을 결정했다. 사진은 지난 7월 21일 서울 영등포구 장훈고등학교 모습. 뉴스1

자사고 지위 '자진철회' 학교 늘어

자사고 역시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 적지 않다. 2022학년도 입시에서 전국 자사고 35곳의 경쟁률은 1.2대 1로 전년도(1.48대 1)보다 낮아졌다. 매년 스스로 지위를 내려놓는 학교가 등장하면서 2010년 50곳이었던 자사고는 현재 35곳으로 줄었다. 서울만 10곳이 일반고로 전환을 결정했다. 올해 한가람고‧숭문고‧동성고에 이어 장훈고가 내년부터 일반고로 바뀐다. 장훈고는 3년 연속 미충원으로 재정난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사고는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지 않는 대신 학생 등록금으로 학교를 운영하기 때문에 신입생 감소는 재정난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과학고 경쟁률 급등…이공계 선호

반면 최근 원서접수를 마친 전국 18개(2곳 비공개) 과학고의 평균 경쟁률은 3.6대1로 전년도(3.16대 1)보다 높아졌다. 특히 서울지역 과고(한성‧세종과학고)의 경쟁률은 4.43대 1로 지난해(3.76대1)보다 올라갔고, 자기주도학습전형이 도입된 2011학년도 이후 가장 높았다. 한성과학고의 경쟁률은 4.91대 1, 세종과학고는 4.01대 1이었다. 지난해에는 각각 3.78대1, 3.75대 1이었다.

과학고의 경쟁률 상승은 반도체 인재 양성 정책과 자사고 폐지 논란 등이 원인으로 보인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정부가 반도체 등 신사업 분야 첨단학과를 육성하겠다고 밝히면서 이공계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아졌고, 자사고의 지위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과 최상위권 학생들이 과학고로 눈을 돌렸을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 과학고 선호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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