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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지원 못 받는 예술가들 작품 홍보 도와준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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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5호 18면

이창기 대표

이창기 대표

“개인적인 홍보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어딘가 매체에서 써주지 않으면 관객을 모으기 힘들다는 걸 알았어요.”

얼마전 한 공연예술가가 대화 도중 홍보의 어려움을 토로한 말이다. 유수 예술기관의 섭외를 받는 명망있는 예술가임에도 개인 활동을 대중에게 알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무 인지도도 인맥도 없는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 알려야 할까. ‘키다리아저씨’를 기다려야 할까.

서울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라면 걱정을 좀 덜게 됐다. 서울문화재단이 홍보를 대신 해주겠다고 나섰다. 올해 서울문화재단의 10대 혁신안 중 하나인 ‘서울예술인희망캠페인’이 최근 시작됐다. 재단이 운영하는 ‘오늘의 서울’ 플랫폼에 공연이든 전시든 직접 창작활동을 등록하면, 네이버·카카오·구글 등 주요 포털사이트 배너 광고를 통해 노출된다. TBS 라디오에 직접 자신의 예술세계를 알리는 40초 분량의 음성 광고를 내보낼 수 있고, 재단의 SNS와 간행물에 소개될 수도 있다.

6월 ‘한연선: 담담 엷은 이야기’라는 전시를 등록해 재단 SNS에 두 차례 노출된 갤러리 공간지은 대표 이진영씨는 “갤러리가 인적이 드문 풍납동에 위치해 있어 타 지역으로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절실했다”면서 “재단 SNS로 포스팅된 걸 보니 뿌듯했고 캠페인 취지가 우리와 잘 맞아 홍보에 도움이 됐다. 앞으로 지역의 작은 갤러리들이 알려지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문화재단, 예술인희망캠페인

서울문화재단, 예술인희망캠페인

특이한 것은 지원사업 혜택을 못 받는 예술가들을 타깃 삼았다는 점이다. 매년 6개 분야 28개 지원사업 공모를 진행하는 서울문화재단이 ‘지원 밖 예술가들’까지 촘촘히 챙기겠다는 것이다. 서울문화재단 이창기 대표는 “올해 지원사업 공모 결과를 보니 1만580건이 지원해 1495건이 선정됐다. 나머지 86%가 사비로 힘들게 창작을 하는데, 홍보는 또 다른 전문성이 요구된다. 제작비 지원을 못 받더라도 자신의 브랜드가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대외적으로 알려지는 것 자체가 예술가들에게 자긍심을 줄 수 있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희망 캠페인”이라고 소개했다.

예산 1억 5000만원짜리 작은 사업이지만 예술지원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자 하는 빅픽처의 시작이다. 아무리 예술지원을 확대해도 혜택을 못 받는 예술가가 생길 수밖에 없다면, 한정된 공공 재원을 민간의 더 큰 지원을 유도하기 위한 마중물로 활용하자는 것이 ‘10대 혁신안’을 관통하는 아이디어다. 예술가 개개인의 NFT 포털을 구축해 유통망을 확보하고, 요즘 화두인 ESG경영과 기업 메세나의 매개에 나서는 것도 예술지원체계에서 민간의 비중을 키워 가기 위한 장기적인 안목에서다.

이창기 대표는 “언제까지 조금씩 증액되는 공공예산에만 의존하기에는 지원해야 할 예술가는 너무 많고 시민들의 문화 갈증도 심하다”면서 “예술지원이란 돈만 주면 끝나는 게 아니다. 좋은 작품을 시민이 향유하도록 유통을 확대하고, 순수예술에 선뜻 돈을 내게 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까지 챙겨야 한다. 그런 선순환이 이어질 때 예술 생태계가 단단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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