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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도시로 탈바꿈한 오슬로의 명소 탐험

중앙선데이

입력

6월 11일 개관한 노르웨이 국립박물관. 약 8000억원을 들여 오슬로 아케르 브뤼게 피요르 앞에 지었다. [사진 보레 호스트랜드]

6월 11일 개관한 노르웨이 국립박물관. 약 8000억원을 들여 오슬로 아케르 브뤼게 피요르 앞에 지었다. [사진 보레 호스트랜드]

노르웨이는 한국인을 비롯한 타대륙 여행자들에게 웅장한 숲과 아름다운 피오르(빙하로 만들어진 협만) 같은 대자연으로만 알려져 있다. 노르웨이 정부는 자연뿐만 아니라 문화예술로도 세계에 어필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일념에서 지난 10여 년간 수도 오슬로를 중심으로 ’피오르 시티‘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2008년 오페라하우스를 시작으로 오슬로 시내 가장 큰 역인 센트럴역 주변에 광장을 조성하고 시 도서관과 뭉크 미술관을 신축 건물로 옮겼다.

지난 6월 11일, 그 프로젝트의 화룡점정으로 북유럽 최대 규모의 노르웨이 국립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개관 전부터 화제가 된 이 박물관을 보기 위해 코로나19 이후 최다 해외 입국자가 노르웨이로 몰려들었다. 한국 언론사 중에는 유일하게 중앙SUNDAY가 이 현장에 함께했다. 또한 오슬로 시내의 새로운 문화명소들을 함께 둘러보았다.

노르웨이 국립박물관

6월 11일 개관한 북유럽 최대 규모의 노르웨이 국립박물관 2층에 위치한 '뭉크의 방'에는 노르웨이 작가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외 17점의 뭉크 작품이 모여 있다. [사진 이완 반]

6월 11일 개관한 북유럽 최대 규모의 노르웨이 국립박물관 2층에 위치한 '뭉크의 방'에는 노르웨이 작가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외 17점의 뭉크 작품이 모여 있다. [사진 이완 반]

오슬로의 아케르 부뤼게 피오르 앞 1만 6000평 부지에 위용을 드러낸 국립박물관은 6년여의 공사 기간과 약 6억 5000만 달러 (한화 약 8000억원)의 비용이 투입되었다. 관장인 카린 힌즈보는 “오슬로 시내에 띄엄띄엄 떨어져 있던 4개의 독립 기관을 하나로 합병했다”고 설명했다. 1842년 지어진 노후한 건물에 자리잡았던 국립미술관을 비롯해 국립장식박물관, 건축박물관, 현대미술관을 모두 이전해 한 지붕 아래에 모은 것. 새 국립박물관에는 40만여 점의 소장품이 있는데 이중 6만5000점이 개관에 맞춰 1,2층에 나누어 전시되고 있다. 1,2층의 절반 정도 넓이인 3층에는 신진 작가들의 현대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1층에는 디자인과 공예 작품이 31개의 전시실에 진열되어 있다. 북유럽 디자인에 열광하는 한국 관람객들을 홀릴 전시실도 있다. ‘루이스 폴센’ 조명부터 ‘임스 체어’까지 인기 많은 북유럽 디자인 제품들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모습이 총 집합해 있는 전시실이다. 2층에는 55개의 전시실에 미술 작품들이 있는데, 특히 노르웨이가 자랑하는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방이 따로 마련됐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중 하나인 ‘절규’의 최초 회화 버전(1893년)도 이곳에 있다. 뭉크는 일생 동안 여러 버전의 ‘절규’를 그렸는데 회화는 총 4점이다.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 (1893) [사진 노르웨이 국립박물관]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 (1893) [사진 노르웨이 국립박물관]

‘절규’는 박물관 신축을 기다리며 3년간 수장고에 있다가 이날 모습을 드러냈다. 수장고에 있는 동안 정밀 검사가 이루어졌는데, ‘절규’ 위쪽에 연필로 쓴 “미친 사람만 그릴 수 있는...”이라는 글귀가 뭉크 자신의 글씨로 밝혀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물관측은 “뭉크가 이 작품을 처음 전시한 1895년 이 글귀를 썼을 가능성이 있고 글씨체가 작가의 일기장 및 편지 글씨와 거의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뭉크의 방’에는 ‘마돈나’ ‘담배를 든 자화상’ ‘다리 위의 소녀들’ 등 18점의 뭉크 대표작이 전시되어 있다.

국립박물관은 독일 건축가 클라우스 슈워크가 설계했다. 탄소발자국을 기존 건물의 절반으로 줄인 자연친화적인 건축물이다. 바닥재는 모두 오크목을 이용했고, 벽은 대리석으로 마감했고, 외관에는 노르웨이 슬레이트를 붙였다. 값비싼 재료지만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자연스럽게 노화하는 지속가능한 건물을 짓기 위해 선택된 것이다.

오슬로 중앙도서관

2020년 6월 개관한 오슬로시 도서관 [사진 임승혜]

2020년 6월 개관한 오슬로시 도서관 [사진 임승혜]

국립박물관에서 15분 정도 걸어가면 오슬로 시내에서 가장 큰 센트럴역이 나온다. 이 역 바로 앞에 2020년 6월 개관한 중앙도서관이 서있다. 건물 꼭대기 층인 5층이 넓게 튀어나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독특한 디자인이다. 센트럴 역에서 바라보았을 때 도서관 옆에 있는 오페라하우스를 가리지 않으면서 오페라하우스의 경사진 지붕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이렇게 디자인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중앙도서관은 5층이 가장 넓고 여기에서 각종 포럼이 열린다. 아뜰리에 오슬로와 룬다겜 아키텍츠가 디자인했다. ‘피오르 시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어진 모든 건축물이 그렇듯이 피오르의 물을 끌어다 냉난방을 처리해 에너지사용량을 기존 건물의 절반 이상 줄였다.

지난해 국제도서관협회연맹에서 ‘올해의 도서관’으로도 뽑힌 것에 대해 존 요한슨 중앙도서관 홍보팀장은 “굉장히 자랑스러운 성과”라면서 신축 건물에서 재개관 후 이용자가 43%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이한 점은 중앙도서관임에도 불구하고 “장서를 최대한 갖추는 것보다 사람들이 편안하게 있을 공간을 확보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두었다”는 게 요한슨 홍보팀장의 설명이다. 매 층마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최신 장비의 팟캐스트 방송실, 유튜브 제작실이 마련되어 있어 이용객들로 가득하다.

오슬로시 도서관에 6월 12일 개관한 '사일런트 룸.' 한국의 소설가 한강씨의 작품이 하나의 서랍에 보관돼 있다. [사진 퓨처라이브러리트러스트]

오슬로시 도서관에 6월 12일 개관한 '사일런트 룸.' 한국의 소설가 한강씨의 작품이 하나의 서랍에 보관돼 있다. [사진 퓨처라이브러리트러스트]

지난 6월 12일 5층에 새롭게 개관한 ‘사일런트 룸’도 중앙도서관의 자랑거리다. 스코틀랜드 출신 작가 케이티 패터슨의 공공예술 프로젝트 ‘미래 도서관’의 일환으로 지어진 곳이다. 이 방의 벽은 오슬로 숲의 나무로 층층이 만들어져 있는데 여기 저기에 100개의 빛나는 유리 서랍이 있다. 아직 대부분의 서랍이 비어있지만 매년 한 개씩의 서랍이 세계적인 작가의 원고로 채워진 후 잠길 예정이다. 1년에 1명씩, 100년 동안 100명의 작가가 선정되고, 이들이 미래세대를 위한 새로운 원고를 써서 이 서랍에 보관하는 것이다. 100개의 서랍이 채워지는 2114년에 이 원고들은 책으로 만들어질 계획이다. 지난 2019년엔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국의 작가 한강씨가 선정되어 이 ‘사일런트 룸’ 서랍에 원고를 보관했다.

코로나로 인해 지난 2년간 프로젝트가 중단되었기 때문에 올해는 3명의 작가를 한꺼번에 선정했는데 노르웨이 작가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미국의 시인이자 퀴어 작가인 오션 브엉 그리고 짐바브웨 작가 치치 단가렘바가 그들이다.

‘미래 도서관’ 프로젝트 운영을 위해 설립된 신탁조합의 인게리 잉겔스타드 대표는 “한강 작가가 오슬로를 방문했을 때 ‘사일런트 룸’이 막 완성되어서 ‘미래 도서관’ 선정 작가 최초로 이곳에 들어와 직접 본인 원고가 들어갈 서랍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한강 작가의 원고 '사랑하는 아들에게'를 포함해 모든 작가의 원고는 2114년까지 아무도 꺼내볼 수 없고 내용도 알 수 없다. 오로지 미래세대를 위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오페라하우스

오페라하우스 앞 광장에서 지붕까지 연결되는 산책 코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붐비는 곳이다. [사진 임승혜]

오페라하우스 앞 광장에서 지붕까지 연결되는 산책 코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붐비는 곳이다. [사진 임승혜]

중앙도서관 옆에 있는 항만의 오페라하우스는 이미 오슬로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다. 눈같이 하얀 지붕이 넓고 비스듬하게 지상까지 연결되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스뇌헤타의 설계로 2008년 완공된 후 이미 여러 오페라 작품이 공연되었고, 물 위에 뜬 것처럼 보이는 옥외 무대에선 저스틴 비버를 비롯한 유명 가수들의 공연이 열렸다. 옥외 무대에서 공연이 있는 날이면 비스듬한 지붕이 관객석 역할을 한다. 지상과 연결되어 곧바로 걸어 올라갈 수 있는 지붕의 매력 때문에 이곳 오페라하우스에는 공연 때가 아니라도 지붕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산책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강렬한 사선의 하얀 지붕과 유리로 처리한 면들이 바로 옆 중앙도서관과 조화를 이룬다. 현재 비제의 ‘카르멘’이 공연중이다.

뭉크 미술관

2021년 10월 22일 개관한 뭉크 미술관 [사진 임승혜]

2021년 10월 22일 개관한 뭉크 미술관 [사진 임승혜]

오페라 하우스에서 5분만 걸으면 뭉크 미술관이 나온다. 원래 뭉크 미술관은 시내 중심가에서 조금 벗어난 토옌이라는 곳에 위치했는데 새 미술관은 중앙도서관, 오페라하우스와 인접한 곳에 위치해서 함께 문화예술 지구를 형성하고 있다. 스페인 건축가 후안 에레로스가 디자인했다.

뭉크 미술관은 뭉크의 ‘절규’ 회화 버전 4점 중 2점을 소장하고 있어서 ‘절규의 방’을 따로 만들어 놓았다. 뭉크 미술관의 엘리스 몰랜드  교육팀장은 “이전 미술관에선 ‘절규’가 대여 중일 때가 많아 방문객들이 '도대체 절규는 어디 있느냐'며 불만을 토로할 때가 많았다. 이제 ’절규의 방‘이 생겼으니 마음껏 즐기시라“고 말했다. ’절규의 방‘에는 회화, 스케치, 판화 버전의 ’절규‘가 함께 전시되어 있다.

뭉크 미술관은 개관 후 지금까지 약 70만명이 방문했는데 8개월 만에 이 정도의 방문객은 북유럽에서 전례 없는 일이라고 몰랜드 교육팀장은 설명했다. “게다가 방문객 중 10만명이 25세 미만”이라며 “젊은 관객이 미술관을 더 많이 찾는 게 우리에겐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젊은 층에게 어필할 만한 특별전도 10층에서 열리고 있다. 어두운 배경에 뭉크의 대표작이 걸려 있고 메탈 음악이 흘러나오는 전시다. 이 음악은 노르웨이의 블랙 메탈 밴드 '사티리콘'이 뭉크의 대표작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것으로, 관람객은 긴 의자에 앉아 그림을 보며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어 있다.

뭉크 미술관 7층에서 내려다본 피요르와 우측에 살짝 보이는 오페라하우스 [사진 임승혜]

뭉크 미술관 7층에서 내려다본 피요르와 우측에 살짝 보이는 오페라하우스 [사진 임승혜]

뭉크 미술관은 총 13층에 달한다. 매 층에서 바라보는 오슬로 풍경도 미술관의 볼거리인데, 미술관 바로 앞에 설치된 영국 작가 트레이시 에민의 거대한 9m 조각상 ‘더 마더’도 풍경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이 조각은 무게만 18.2t이다.

노르웨이는 해외여행자 입국시 PCR검사나 신속항원검사 확인서가 필요 없다. 실내 마스크도 착용 의무가 아니다. 다만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선 출발 전 48시간 이내 신속항원검사 확인서가 필요하다.
임승혜 기자 yim.se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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