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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촉법소년' 논란 확산…"처벌이 능사냐" "흉악범만 대상"[Law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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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현행 만 14세 미만인 ‘촉법소년’(형사처벌 면제 청소년) 연령을 만 13세 또는 12세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과 관련해 선진국 추세에 역행한다거나 범죄 예방에 별 효과가 없을 것이란 반대 의견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반대하는 측은 제대로 된 소년범 관련 통계가 없기 때문에 비행 청소년들의 나이가 점차 어려지고 있다는 해석은 잘못된 것이란 근거를 내세웠다.

한 장관은 지난 9일 “흉포화되고 있는 소년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겠다”며 촉법소년 연령 하향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강간·강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이 갈수록 증가하는 것에 대응해 형사처벌 가능성을 높여 범죄 예방을 하겠다는 취지다. 법무부는 이에 더해 소년범죄가 ▶흉포화 ▶저연령화 ▶발생건수 증가 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촉법·우범 뒤섞여 통계가 없다…"정확한 규모·추이 아무도 몰라"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촉법소년 연령이 만 13세 또는 만 12세 미만으로 낮추더라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악순환에 빠질 거라는 주장이다. “13세나 12세 청소년이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된 후에도 범죄가 줄지 않으면 그때는 나이를 더 낮출 거냐. 이런 식으로는 끝이 없다”(A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게 대표적이다.

또 소년범 관련 논의에 토대가 돼야 할 객관적인 통계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부 민간위원들이 참여한 법무부 소년보호혁신위원회에 따르면, 대검찰청이 집계하는 ‘범죄분석’엔 촉법소년 사건 대부분이 누락된다. 촉법소년은 경찰이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곧바로 법원으로 보내기 때문이다(소년부 송치).

경찰 통계는 촉법소년(형벌 법령을 위반한 만 10세~만 14세 미만 소년)과 우범소년(집단으로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가출·음주 등 소란을 피워 형법을 저촉할 우려가 있는 10세 이상 소년)이 함께 잡히는 구조여서 정확하지 않다. 이를 종합하면, 촉법소년이 매해 얼마나 발생하는지 전체 규모와 추이를 확인할 통계가 없는 실정이다. 만 10세 미만 범법소년(아동)은 보호처분을 포함한 모든 법적 처벌의 대상이 아니다.

이에 법무부 소년보호혁신위는 ▶촉법소년 규모의 과소평가(실제로는 더 많다) ▶저연령화 경향에 대한 잘못된 해석위험 (저연령화 아닐 수 있다) ▶소년범죄자 중 재범 비율 증가는 통계적 허상일 가능성 등을 지적했다. 이를 근거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은 “처벌 수위를 높인다고 해서 소년범죄를 억제한다는 근거 자료가 없다”며 촉법소년 기준 변경을 반대하고 있다.

"처벌이 능사 아냐… 선진국은 '교화' 중심"

여당 내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됐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소년범은 부담 없는 공공의 적이라 교화 시스템을 늘리자는 주장보다 처벌 만능주의에 힘이 실리고 있다"며 “처벌이 능사는 아니다. 더 흉악한 범죄의 악순환이 될 수 있다”며 의견을 밝혔다. 사회학자인 오찬호 작가도 "14세에서 12세가 되면 그 다음은 11세, 10세가 되는 것만이 '청소년 범죄'에 대한 유일한 고민이 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미국 등은 1990년대 소년범에 엄벌을 내렸지만, 되레 재범률 증가 등 부정적 결과를 확인하고 교화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복귀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11월 펴낸 ‘소년사법제도 개선에 관한 기존 논의와 새로운 방향’에 따르면, 미국은 살인, 무장강도 등 중대범죄를 저지른 13~16세는 소년법원이 아닌 형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했으나 처벌된 청소년들의 재범률이 높고, 재범까지 걸리는 기간이 짧았다는 통계가 나오자 다시 교정 프로그램을 강조하고 있다.

영국 역시 2000년 이후부터 처벌 대신 재범 방지를 위한 교화시스템으로 행동을 개선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2015년 한 연구에서 구금시설에서 출원한 청소년 67%가 1년 이내에 재범한다는 통계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소년범에 대한 교도소 수감 등 강력 처벌이 거꾸로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동훈 "흉악범만이라도 형사처벌 가능성 열어둬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0일 충북 청주교도소를 방문했다. 법무부 제공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0일 충북 청주교도소를 방문했다. 법무부 제공

이같은 반박에 대해 법무부는 “무작정 엄벌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일부 강력범죄에 대해선 형사 처벌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미”라고 밝혔다. 현행법에 따르면, 만 13세는 어떤 범죄를 범하더라도 형사법이 아닌 소년법 대상으로 최대 소년원 2년 구금이 전부다. 하지만 만 13세는 최근 5년간 전체 촉법소년 강력범죄의 62.7%(2만2202명)를 차지했다. 특히 살인을 저지른 9명 중 6명이 만 13세였다. 이밖에 촉법소년보다 상위 연령인 범죄소년(만14세~만19세 미만) 중 성폭력·살인·방화 등 흉악범죄 비율이 2019년 기준 5.5%로 10년 전보다 두 배 가량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이에 전문가들도 청소년 범죄가 점차 수위가 높아진다는 분석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한동훈 장관도 “실제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입법화가 되더라도 소위 ‘강’자가 들어가는 강간이나 강도 등 흉악범죄만 형사처벌된다"며 여론을 설득하고 있다. 촉법소년 연령에서 제외된다고 곧바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경미한 범죄는 기존처럼 소년법에 따라 보호처분을 받고, 일부 범죄에 대해서만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의미다.

법무부는 ‘형사처벌 가능성’이 청소년이 강력범죄 유혹을 뿌리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예방 효과를 주장하고 있어 앞으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열띤 토론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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