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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숨기고 일하는 여성, 남성의 21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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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올해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서울시청에서 대학로까지 행진을 하며 여성근로자 차별 금지 및 성평등 구호 등을 외치고 있다. 뉴스1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올해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서울시청에서 대학로까지 행진을 하며 여성근로자 차별 금지 및 성평등 구호 등을 외치고 있다. 뉴스1

여성 근로자 중 절반가량은 직장에서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참으며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과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언어·신체적 폭력이나 성희롱도 많이 증가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3년마다 실시하는 근로환경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분석에 사용된 자료는 6차 조사로 2020년 10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이뤄졌다.

이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등으로 근로자가 유해·위험요인에 노출되거나 노동 강도 등에서 점진적인 개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입법조사처는 "근로현장에서 작업 속도를 높이도록 강요받거나 마감 시간을 엄격하게 지키도록 하는 등의 행위가 줄었고, 야간·주말 근무자도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 고질적인 취약부문은 여전히 계속되고,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 입법조사처의 분석 결과다.

대표적인 것이 언어폭력, 신체폭력, 성희롱이다. 3년 전인 5차 조사 때보다 각각 13%, 50%, 100% 늘어났다.

건강 상태도 나빠졌다. 입법조사처는 "주관적 건강상태, 만성질환, 근골격계 관련 증상, 두통, 눈의 피로, 불안감, 전신 피로, 수면장애, 우울함 등을 포함한 WHO-5 웰빙지수 모두 수치가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WHO-5 웰빙지수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주로 우울 위험을 측정하는 데 사용하는 설문 도구다.

특히 감정을 숨기고 일하는 여성(41%)이 남성(2%)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전체 근로자 수는 아니라도 비율만 따지면 일하며 감정을 삭이는 여성이 남성의 20.5배에 이른다.

근로시간에서는 60대 이상 고령층이 젊은 층보다 더 길게 일하며 노동환경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60대 이상은 주당 35~40시간 일한다는 응답 비율이 26%에 그친 반면, 41~52시간 19%, 53~68시간은 16%에 달했다. 심지어 68시간 넘게 일한다는 응답자도 6%나 됐다. 이에 비해 53시간 이상 일한다는 20대의 응답 비율은 7%에 불과했다.

입법조사처는 "경쟁 위주의 직장문화에서 여성이나 고령층 등 사회적 취약계층이 더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분석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사협의회에 근로자위원으로 고령층과 연소자를 포함한 연령별 배분이 필요하고, 여성 근로자를 근로자위원으로 일정 비율 의무적으로 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들의 고충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의견 청취가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특정 성별이 60%를 초과하지 못 하게 한 양성평등기본법 상의 위원회 제도를 원용한 개선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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