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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29일은 ‘세계 심장의 날’ 심장 판막 질환에도 관심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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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전문의 칼럼 권현철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심장에서 산소를 머금은 피를 온몸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 대동맥판막이 섬유화하면서 두꺼워지고 딱딱해지는 질환이다. 혈액이 신체 각 기관으로 원활히 흐르지 못해 어지러움, 가슴 통증, 숨참, 손발 부종, 잦은 피로감을 호소한다. 요즘은 심장 판막이 노화해 발생하는 퇴행성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가장 많다.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치료받지 않으면 2년 내 사망률이 50%일 만큼 위험하다. 반면에 치료받으면 10년 생존율이 62%에 달한다. 조기에 발견해 경과를 지켜보고 시기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쉽게 숨이 차거나 가슴이 뻐근하게 아파지고 어지럽다면 빨리 진료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 치료는 문제가 된 판막을 인공 판막으로 교체하는 판막 교체술이 유일하다. 수술적 대동맥판막 치환술(SAVR)과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 중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판막을 교체한다. SAVR은 장기간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전통적인 표준 치료법이지만 수술 자체의 부담이 큰 고령 환자나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금기시된다. 이런 환자를 위해 개발된 TAVI는 가슴을 열지 않고 대퇴부 동맥을 통해 카테터를 삽입, 인공 심장 판막을 기존 판막 부위에 위치시키는 최소침습적 시술이다. 전신 마취가 필요 없고 시술 시간도 짧아 입원 기간도 3~4일 정도로 단축되며 회복이 빠르다. 동반 질환이 많고 고령인 환자에게도 완치와 건강한 노후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미국심장학회·미국심장협회 치료 지침에서도 80세 초과 환자에게는 TAVI를 우선 권고한다. 65~80세 환자에게는 환자별 상황과 혜택을 고려해 TAVI와 SAVR 중 선택할 것을 권고한다.

하지만 고가의 치료비는 환자에게 여전히 한계로 남아 있다. 건강보험 급여 규정에 따르면 75세 이상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수술 고위험군인 환자만 TAVI 시술비 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이마저도 전체 치료비의 20%에 불과하다. 실제로 경제적 부담 때문에 TAVI 시술을 포기하는 환자가 종종 있다.

오는 29일은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심장연맹(WHF)이 지정한 ‘세계 심장의 날’이다. 보다 많은 일반인, 나아가 의료 전문가와 관련 정책 수반자들이 심근경색·협심증·뇌졸중뿐 아니라 구조적 심장 질환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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