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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무 "마린온 유족, 의전 문제로 짜증 나신게 아닌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송영무 국방장관이 최근 5명의 장병 목숨을 앗아간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추락사고와 관련 20일 “유족들께서 의전 문제에 있어 흡족하지 못해 짜증이 나신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송영무 국방장관이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송영무 국방장관이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송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마린온 유족들이 상당히 분노해 있는 것을 알고 있나”(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송 장관은 그러면서 다른 분노 요인으론 “일단 너무 급작스럽게 사고 소식을 접하기 때문에 아쉬움과 슬픔이 깊고, 사고원인이 아직 확실히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의전 짜증’ 발언에 김도읍 의원은 즉각 “송 장관이 그런 인식을 하고 있어서 유족이 분노하고 국민이 분개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생떼 같은 아들을 군에 보내놓고 아들이 순직하고 있는데 의전을 따지고 분노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그런 인식 자체가 문제고 아주 핵심적인 유족의 분노 원인을 장관께서는 알면서도 회피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송 장관은 이후 다시 발언 기회를 얻어 “의전 때문에 화났다고 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헬기 사고를 둘러싼 정부의 구설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사고 다음 날인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의 수리온(마린온 원조 모델) 헬기의 성능과 기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기체 결함 가능성을 배제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20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면회실에서 헬기 추락사고 유족이 성명 발표 도중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면회실에서 헬기 추락사고 유족이 성명 발표 도중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유족들은 즉각 반발했다. 유족 40여명은 20일 오후 포항 해병대 1사단 면회실에서 “청와대 대변인이 사고 헬기 모체가 된 수리온 헬기 성능이 세계 최고란 내용을 발표해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공했다”며 “청와대 논평에 강력한 유감을 나타낸다. 당국의 책임 있는 사과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세월호 사고 대응 방식과 비교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함진규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순직 장병 넋을 기리고 부상자 유족을 위로하기도 전에 헬기 성능이 최고수준이라고 자랑부터 늘어놓는 청와대 대변인 태도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국방차관 출신인 백승주 한국당 의원도 “아직 밝혀진 사고 원인이 없는데 청와대 대변인은 수리온 성능과 기량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 유가족 가슴에 대못 박았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세월호 유가족에게 보인 모습과 다르다”고 비판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청와대가 희생자들을 두 번 죽였다”고 썼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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