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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곤의동물병원25시] 신생견 전염병 주의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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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개가 심각한 질병으로 사망하는 연령대는 보통 2개월령 미만이거나 10년령 이상이다. 생명체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노화가 진행돼 병에 걸리고 죽는 것은 자연의 이치라 어쩔 수 없지만 안타까운 것은 어린 강아지들이 전염성 질병으로 죽는 것이다. 대부분 질병은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진행된다.

대개 강아지들의 분양 시기는 생후 40~50일께다. 강아지들이 아장아장 걷고 제일 귀여울 때여서 사람들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강아지가 새로 집에 오게 되면 보통 일주일 정도는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그때 특별한 건강상의 이상이 보이지 않으면 1차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일단 이 정도까지 시간이 지나면 그 강아지는 거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강아지는 집에 온 지 3~4일께부터 구토와 설사를 시작한다. 그래서 병원에 오게 되고 검사를 하면 전염성 질병에 걸려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린 강아지들에 다발하는 전염성 질병은 파보바이러스성 장염과 홍역인데, 생명을 잃게 할 만큼 무서운 질병이다. 이 질병들의 잠복기는 보통 일주일 정도니까 날짜를 계산해 보면 이미 분양 전 병원체에 노출됐다는 결론이 나온다.

문제는 이 일주일 동안의 잠복기에는 증상이 보이지 않고 검사에도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질병들을 치료할 경우 치료비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치료를 포기하고 다시 분양을 받았던 곳에 데려다 준다. 다른 건강해 보이는 강아지를 새로 데려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문제는 이렇게 새로 데려온 강아지들도 십중팔구 같은 질병에 감염돼 있다는 것이다. 그럼 또 분양받은 곳으로 간다. 얼마 전 말라무트 종의 강아지를 분양받아 온 분의 경우도 이랬다. 그분의 경우 사진의 강아지가 세 번째 강아지다. 다행히 이번의 '실버' 녀석은 지금까지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

이런 문제를 막는 방법은 간단하다. 모견부터 예방접종을 철저히 하고 신생견의 경우엔 예방접종을 최소 3차까지 접종한 후 분양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 이렇게 되면 분양가가 훨씬 비싸질 것이고 분양받는 측에서도 가장 귀여운 시기를 놓친다는 안타까움과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결국 사람들의 이기심과 돈에 대한 욕심 때문에 생후 3개월 후 분양은 어렵게 되고 생명은 사라져 가는 것이다.

박대곤 수 동물병원장 (petclin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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