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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없던 해병대, 45년 만에 다시 항공부대 생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해병대가 45년 만에 날개를 다시 달았다.

1973년 해군으로 모두 넘겨 #현대 상륙전은 항공기 필수 #"60대 규모의 항공단 발전"

지난해 12월 27일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2대가 해병대 1사단 항공대에 착륙하고 있다. [사진 해병대]

지난해 12월 27일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2대가 해병대 1사단 항공대에 착륙하고 있다. [사진 해병대]

해병대는 10일 경북 포항의 1사단 항공대에서 상륙기동헬기(MUH-1) 1ㆍ2호기 인수식을 열었다. 전진구 해병대 사령관은 이날 인수한 상륙기동헬기 2대에 ‘마린온’이란 이름을 지어줬다. 해병대의 영문 표기인 마린(Marine)과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을 뜻한다.

마린온은 해상에서 운용할 수 있도록 기체에 해수방염 처리를 했다. 로터(헬기 회전익)를 접을 수 있어 비좁은 함정에서 격납하기 쉬워졌다. 장거리 통신용 HF 무전기, 전술공중항법장비(TACAN), 보조연료탱크 등도 추가로 설치했다.

해병대는 6ㆍ25전쟁을 겪으면서 항공전력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1958년 3월 1일 8대의 항공기를 기반으로 제1상륙사단 항공관측대를 창설했다. 65년 10월부터 71년 12월까지 약 6년간 월남전에 파병된 해병대 항공대는 정찰ㆍ함포 유도ㆍ전단 살포ㆍ지휘통제 등 450여회 출격해 다양한 임무 등을 수행했다.

해병대는 71년 5월5일 사령부 직할 항공대를 창설하면서 항공전력을 증강했다. 그러나 73년 해병대 사령부가 해체되면서 해병대 항공부대는 해군으로 통합됐다. 당시 해군으로 넘겨진 항공기는 23대, 항공인력은 125명이었다. 해병 항공전력은 해군 항공전력의 근간이 됐다는 평가다.

이후 해병대는 끊임없이 자체 항공전력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2008년 해군 위탁교육을 받은 해병대 1호 조종사가 탄생했고, 2014년 항공병과가 생겨났다. 차근차근 준비를 닦은 해병대는 이날에서야 45년 만에 자체 항공전력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전진구 해병대 사령관은 “정말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나온 노르망디 상륙작전 장면. 독일군 토치카와 기관총 앞에 미군들이 맨몸으로 돌격하면서 큰 피해를 입었다.  [사진 드림웍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나온 노르망디 상륙작전 장면. 독일군 토치카와 기관총 앞에 미군들이 맨몸으로 돌격하면서 큰 피해를 입었다. [사진 드림웍스]

현대 상륙전은 2차 세계대전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참상을 그린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매우 다르다. 이 영화에서 미군은 토치카와 기관총으로 다져 놓은 독일군 방어선에 맨몸으로 돌격하면서 큰 피해를 입는다. 그러나 미 해병대가 제일 먼저 개념을 잡은 초수평선 상륙작전(OTH)은 해안선 가시거리와 레이더 탐지 범위 밖에서 항공기와 고속 상륙정을 발진시켜 병력을 신속히 육지에 투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초수평선 상륙작전엔 항공전력이 필수다. 그래서 미 해병대는 헬기는 물론 전투기까지 보유하고 있다. 스텔스 전투기인 F-35만 400대 이상을 갖춘다고 한다. 한국 공군의 경우 F-35를 40대 먼저 배치한 뒤 추가로 20대 구매할 계획이다.

해병대가 그리고 있는 초수평선 상륙작전 개념도. [자료 해병대]

해병대가 그리고 있는 초수평선 상륙작전 개념도. [자료 해병대]

해병대 관계자는 “미 해병대까지는 아니더라도 해병대 항공전력을 튼튼히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론 상륙기동헬기 36대에 공격헬기 24대를 더한 60대 규모의 해병 항공단을 창설하는 게 목표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공격헬기까지 갖춘 해병 항공단이 있다면 북한은 후방의 해안 곳곳에 병력을 깔아둘 수밖에 없다는 게 해병대의 분석이다. 해병대 공격헬기는 아직 서류상에서만 그려지고 있는 상태지만 강력한 엔진을 갖춘 기종을 해병대는 바라고 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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