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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는 무슨, 호랑이야” … 수호랑 아빠 호돌이 탄생 비밀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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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를 디자인한 김현 전 디자인파크 대표와 2018년 평창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 디자인에 참여한 전문가 세 사람이 지난 해 12월 26일 만났다. 왼쪽부터 장동련 평창올림픽 디자인 자문위원장, 김현 전 대표, 이희곤 매스씨앤지 대표, 장인규 마스코트분과장. [우상조 기자]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를 디자인한 김현 전 디자인파크 대표와 2018년 평창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 디자인에 참여한 전문가 세 사람이 지난 해 12월 26일 만났다. 왼쪽부터 장동련 평창올림픽 디자인 자문위원장, 김현 전 대표, 이희곤 매스씨앤지 대표, 장인규 마스코트분과장. [우상조 기자]

서울올림픽(1988년)과 올해 평창올림픽(다음달 9일)은 30년의 시차를 두고 열리지만 공교롭게도 마스코트가 모두 호랑이다. 서울올림픽 때는 ‘호돌이’가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고 평창올림픽에선 백호(白虎)를 형상화한 ‘수호랑’이 전 세계인의 이목을 끌고 있다. 왜 하필 호랑이일까. 전문가들은 “호랑이가 한민족의 정서와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하는 동물이라서 그럴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림픽 마스코트 제작자 한자리에 #88올림픽 때 두 동물 최종 경합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낙점설 #“한민족 정서 잘 담아내는 호랑이 #다양한 문화상품으로 개발해야”

지난해 12월 26일 서울 동숭동의 디자인파크 사무실에서 호돌이와 수호랑을 디자인한 전문가들을 만나 마스코트 선정 비화를 들어봤다. 이날 ‘호돌이 아빠’인 김현(69)씨는 자신이 1983년에 설립한 디자인파크를 떠났다. 즉 현역에서 은퇴하는 날이었다. ‘수호랑 아빠’인 전문가 그룹 소속 디자이너인 장동련 평창올림픽 디자인 자문위원장(홍익대 교수), 장인규 마스코트분과장(홍익대 교수), 이희곤 매스씨앤지(마스코트 제작 실무 대행사) 대표가 자리를 함께 했다.

김현씨는 “바라던 대로 백호가 마스코트로 돼 흡족하다. 30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수호랑은 우리 호돌이의 아들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장동련 자문위원장은 “당대에 인기몰이를 했던 호돌이의 영향이 크다”며 “어떻게 하면 진화하고 성장한 한국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라고 맞장구를 쳤다.

네 사람의 이야기는 자연스레 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호돌이가 처음 세상에 나온 것은 올림픽 개최를 5년 앞둔 1983년. 김씨는 “국민여론조사 결과 당시에는 호랑이와 토끼가 최종안으로 올라 경합을 벌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당시 실무자 사이에서는 군부 독재시대다보니 맹수인 호랑이 보다 토끼를 바라는 기류가 강했지만 전두환 대통령이 ‘토끼는 무슨 토끼. 호랑이!’라고 딱 찍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고 소개했다.

이에 장인규 분과장은 “평창 올림픽 마스코트 후보에는 진돗개가 있었지만 선호도 조사에서 2위로 나와 낙마했다”면서 “진돗개도 좋긴 하나 디자인을 그려놓고 보면 시바견 등 다른 나라 토종견과 비슷해서 차별화하기 힘든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희곤 대표는 “호랑이는 한국적 정서를 대표하는 동물인데 수호랑은 민화에 나오는 까치호랑이에서 영감을 받아 시대에 맞게 변화시킨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수호랑을 내놓으면서 고려한 첫째 요소는 소통형 마스코트가 돼야 한다는 점이었다고 한다. 장동련 위원장은 “지금과 같이 확장된 마케팅 환경에서 살아 남으려면 소통·공감·참여라는 세 가지 원칙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호랑이 탄생하는데 호돌이 아빠인 김현씨의 공로도 적지 않았다. 김씨는 평창올림픽 유치 직후 백호를 마스코트로 제안한바 있다(중앙일보 2011년 10월 15일자 33면). 이희곤 대표는 “디자인 말미에 색깔이나 형태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정확한 포인트를 잡아주는 ‘화룡점정’ 같은 자문을 해주셨다”고 치켜세웠다. 김현씨는 “호돌이에 비해 수호랑의 디자인이 미니멀하고 심플하게 정리가 잘 됐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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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모든 올림픽 마스코트의 저작권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갖고 있다. 자연스레 대화는 올림픽 마스코트를 한국의 대표 브랜드로 키워야 한다는 쪽으로 모아졌다. 장 위원장은 “마스코트를 그대로 쓰기 어려우니 호랑이라는 소재를 갖고 다양하게 확장시켜 브랜드 디자인 사업을 이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씨는 “미국의 흰머리독수리, 러시아의 곰, 중국의 팬더처럼 나라를 상징하는 동물은 국가 브랜드라는 큰 자산이 될 수 있다”며 “수호랑에 이어 호랑이를 소재로 한 다양한 문화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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