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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마스코트 수호랑, 88올림픽 호돌이 정서 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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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 디자이너 김현 전 디자인파크 대표와 2018년 평창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 개발한 디자인 전문가 세 사람이 DCF대명문화공장에서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장동련·김현·이희곤·장인규 디자이너. 우상조 기자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 디자이너 김현 전 디자인파크 대표와 2018년 평창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 개발한 디자인 전문가 세 사람이 DCF대명문화공장에서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장동련·김현·이희곤·장인규 디자이너. 우상조 기자

다시 ‘올림픽의 해’가 돌아왔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평창올림픽)이 다음달 9일부터 25일까지 17일간 개최된다. 1988년 대한민국의 존재감을 세계에 알렸던 1988 서울 여름올림픽(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이다. 이번 올림픽을 남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가 있다. 지난해까지 브랜딩 디자인 업체 디자인파크를 이끌었던 김현(69)씨다. 김씨는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를 디자인했다.

88올림픽 때 토끼·진돗개 제치고 호랑이 선정 #평창 올림픽에서도 두루미·까치 등보다 선호 #“한국인의 정서 호랑이가 가장 잘 대변” 결론 #“호랑이, 올림픽 계기로 한국 상징물 됐으면”

그가 평창올림픽 개최 확정 이후 가장 기다렸던 건 공식 마스코트의 등장이다. 평창올림픽의 마스코트는 백호(白虎)를 형상화 한 ‘수호랑’이다. 이름에는 세계 평화와 출전 선수, 관중을 지켜준다는 의미와 강원도를 대표하는 정선아리랑이 섞였다. 지명공모를 통해 김씨가 혼자 창작했던 호돌이와 달리 수호랑은 약 5명의 디자인 전문가 그룹이 투입돼 제작했다.

‘호돌이 아빠’인 김씨가 현역에서 은퇴하고 자신이 1983년에 설립한 디자인파크를 나오던 날(지난해 12월 26일), ‘수호랑 아빠’인 전문가 그룹 소속 디자이너 3명이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장동련 평창올림픽 디자인 자문위원장(홍익대 교수), 장인규 마스코트분과장(홍익대 교수), 이희곤 매스씨앤지(마스코트 제작 실무 대행사) 대표가 그들이다.

“바라던 대로 백호가 마스코트로 돼 흡족하네요. 30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수호랑은 우리 호돌이의 아들인 셈이네요.” 수호랑 봉제 인형을 받아 든 김씨의 말에 장 위원장이 “당대에 인기몰이를 했던 호돌이의 영향이 크다. 어떻게 하면 진화하고 성장한 한국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다”고 화답했다. 한 자리에 모인 호돌이·수호랑 아빠 넷의 수다는 1시간 30분간 이어졌다.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 디자이너 김현 전 디자인파크 대표와 2018년 평창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 개발한 디자인 전문가 세 사람이 DCF대명문화공장에서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장인규·장동련·김현·이희곤 디자이너우상조 기자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 디자이너 김현 전 디자인파크 대표와 2018년 평창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 개발한 디자인 전문가 세 사람이 DCF대명문화공장에서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장인규·장동련·김현·이희곤 디자이너우상조 기자

-왜 호랑이입니까.
▶김현(이하 김)=호돌이가 세상에 나온 건 1983년이에요. 서울올림픽 개최를 5년 앞두고 나왔어요. 상징물을 두고 호랑이·토끼·진돗개가 경합을 벌였어요.
▶장인규(이하 장 분과장)=평창올림픽 마스코트 후보에도 진돗개가 있었어요. 저희 때는 선호도 조사가 2위로 나와 낙마했죠.
▶장동련(이하 장 위원장)=디자인 과정은 항상 다양한 안을 놓고 고민해요. 두루미, 까치, 곰, 심지어 하늘다람쥐도 후보에 올랐어요. 선호도 조사도 있었고, 치열한 토론 끝에 백호가 가장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이희곤(이하 이)=호랑이는 우리 민족의 한류라고 할 수 있어요. 한민족의 정서와 감정을 잘 표현하니까요. 처음에는 민화에 나오는 까치호랑이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수호랑은 그걸 현 시대에 맞게 변화한 형태인거죠.
▶김=서울올림픽조직위에서는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갖고 호랑이와 토끼를 최종안으로 올렸어요. 저도 들은 얘기지만, 당시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아무래도 군부 독재시대다보니 맹수인 호랑이보다 토끼를 바라는 기류가 강했어요. 굉장히 조마조마 했답니다. 그런데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딱 찍었대요. “토끼는 무슨 토끼, 호랑이!”하고요.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 디자이너 김현 전 디자인파크 대표와 2018년 평창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 개발한 디자인 전문가 세 사람이 DCF대명문화공장에서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장동련·김현·이희곤 디자이너. 우상조 기자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 디자이너 김현 전 디자인파크 대표와 2018년 평창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 개발한 디자인 전문가 세 사람이 DCF대명문화공장에서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장동련·김현·이희곤 디자이너. 우상조 기자

-‘우리 민족의 한류’라는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이=민화의 까치호랑이는 외국 사람들이 보기엔 생소해도 한국 국민들은 장애물 없이 받아들이잖아요. 그것을 좀 더 미니멀(minimal·작은)하고 현대화 된 형태로 보여줄 수 있으면 전 세계에도 공감할 디자인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장 위원장=사실 서울올림픽 때도 진돗개가 검토됐었고, 이번에도 진돗개가 물망에 올랐어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개니까 유력한 후보이기도 했어요. 하지만 92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코비’처럼 이미 사용된 적이 있기 때문에 차별화 측면에서 호랑이가 적합하다고 결론을 낸 거죠.
▶장 분과장=진돗개도 한국을 대표하는 훌륭한 상징물이 될 수 있지만, 사실 그려놓고 보면 시바견 등 다른 나라의 토종견과 비슷해서 차별화 하기 힘들더라고요. 수호랑을 보고 ‘또 호랑이냐’고 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대다수의 국민 정서는 호랑이에 가깝고,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있으면 호랑이가 상징물이 될 가능성이 90%라고 봅니다.

왼쪽부터 88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와 2018 평창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 평창패럴림픽 마스코트 반다비. [중앙포토]

왼쪽부터 88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와 2018 평창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 평창패럴림픽 마스코트 반다비. [중앙포토]

-올림픽 마스코트를 한국의 대표 브랜드로 확대 재생산할 방법이 있을까요.
▶김=이 대목이 중요해요. 호돌이와 수호랑을 비롯해서 모든 올림픽 마스코트의 저작권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갖고 있어요. 올림픽 폐막 이후에 마스코트 캐릭터를 더 지속·발전시키거나,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이=호돌이처럼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캐릭터는 개최국이 나서서 IOC와 합의를 보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봅니다. 대회가 끝나면 캐릭터가 더 폭 넓게 쓰이지 못하고 기억에서 멀어지는 것은 안타깝잖아요. 작은 아이디어지만, 역대 올림픽 마스코트를 망라하는 박물관을 한국에 유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장 위원장=마스코트를 그대로 쓰기 어려우니, 호랑이라는 소재를 갖고 다양하게 확장시켜나가는 브랜드 디자인 사업을 이어나가는 지혜가 필요해 보입니다. 현대적인 디자인 협업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브랜드로 확장시키는 방법이 찾아보면 나올 겁니다.
▶김=호돌이가 당대엔 인기가 워낙 좋았으니까, 친구들이 술자리에서 “호돌이로 번 돈 다 어디에 쓰느냐”고 농담을 던져요. 그럼 제가 그러죠. “그 수입 내가 다 가졌으면 내가 여기서 소주를 먹고 있겠냐”고요. (웃음) 확실한 건 뭔가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거에요.

88 서울올림픽 공식 마스코트인 호돌이를 주제로한 벽화. [중앙포토]

88 서울올림픽 공식 마스코트인 호돌이를 주제로한 벽화. [중앙포토]

-그 인기 비결은 무엇이었습니까.
▶김=시대적인 상황이 많이 다르죠. 호돌이가 나왔을 때 한국에는 올림픽과 같은 큰 행사가 별로 없었어요. 오죽하면 ‘단군이래 가장 큰 행사’라는 말이 나왔겠어요. 온 나라가 떠들썩했죠. 호돌이에게는 다행이었어요. 정부는 물론이고 모든 민간기업까지 초점이 한 군데로 몰렸던 게 파급력이 컸던 이유입니다.
▶장 위원장=이유가 어째됐든 호돌이는 우리나라 디자인 역사의 큰 상징이에요. 서울올림픽의 호돌이는 한국의 경제적 성장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다면, 평창올림픽의 수호랑은 30년 후 또 다른 진화된 성장을 뜻한다고 봅니다. 호돌이가 한국 디자인의 세계화에 큰 역할을 했기 때문에 디자인계에서도 큰 애착을 갖고 있어요. 수호랑은 그를 이어서 제2의 세계화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이=서울올림픽 때는 온 국민이 호돌이 상품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에요. 탈·통장·스탬프 등등 종류도 엄청 났어요. 각 분야에서 가장 우수한 업체들이 최고 수준으로 호돌이를 상품화했어요. 특히 관급 수요가 많아서, 제품 개발도 가속화됐죠.
▶김=아, 호돌이 봉제 인형은 예외에요. 언뜻 보면 괜찮아보이지만, 사실 고치고 싶은 게 많아요. 그 당시에 이 인형이 나왔을 때 모양과 사이즈, 눈의 위치 등을 다 수정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여의치 않으면 제가 직접하겠다고 했는데 결국 그냥 이 디자인으로 넘어갔어요. 지금 생각하면 조금 아쉽죠.

수호랑은 한국 대표 상징동물인 호랑이를 소재로 세계 평화를 보호하자는 뜻을 담은 '수호'와 강원 정선아리랑의 ‘랑’을 결합한 이름이다. [사진 평창올림픽조직위]

수호랑은 한국 대표 상징동물인 호랑이를 소재로 세계 평화를 보호하자는 뜻을 담은 '수호'와 강원 정선아리랑의 ‘랑’을 결합한 이름이다. [사진 평창올림픽조직위]

-수호랑은 호돌이와 비교해 어떤 점이 더 진화됐습니까.
▶장 위원장=지금과 같이 확장된 마케팅 환경에서 살아 남으려면 소통·공감·참여라는 세 가지 원칙이 필요합니다. 이번에 수호랑을 발표하면서 고려한 것은 소통형 마스코트가 돼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대중들이 마스코트를 기념품 등 단순한 형태의 상품으로 소비하는 것을 뛰어 넘어, 확장된 미디어 환경에서 나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연결고리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거죠.
▶장 분과장=이번에 마스코트를 발표할 때 자문위원회에서 조직위에 당부한 게 있어요. 마스코트 발표와 함께 온라인과 모바일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이모티콘을 일정 기간 무료로 제공하자고 했죠. 호돌이가 한국 디자인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면, 수호랑은 거기에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에서 소통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치를 더하려고 한 겁니다. 마스코트를 활용한 스토리가 담긴 영상 콘텐트를 제작한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에요. 지난 30년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격변한 기술 환경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죠.


▶이=시행사의 입장에서는 사실 어려운 주문이었어요. 많은 동작을 표현해야 하는 이모티콘뿐만 아니라 3D, 인형, 피규어처럼 다양한 조형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가장 큰 임무는 빠른 시간 내에 많은 미디어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어요. 그런 점에서 수호랑은 원소스 멀티유스(One-Source Multi-Use·하나의 원형 콘텐트를 다양한 장르로 변용해 부가가치를 극대화 하는 것)의 전형이라고 자평합니다. 사실 김현 선생님께서 디자인 말미에 자문을 해주셔서 더 완성도 높은 마스코트가 나왔어요. 색깔이나 형태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정확한 포인트를 잡아주는 ‘화룡점정’과 같은 자문이었습니다.
▶김=아이 참, 그럼 술 한 잔 사세요. (웃음) 디자인적으로 호돌이와 수호랑은 표현의 성격 면에서 30년 만큼이나 큰 차이를 보여요. 디자인이 미니멀하고 심플하게 정리된 건 굉장히 칭찬하고 싶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 디자이너 김현 전 디자인파크 대표와 2018년 평창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 개발한 디자인 전문가 세 사람이 DCF대명문화공장에서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장인규·장동련·김현·이희곤 디자이너. 우상조 기자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 디자이너 김현 전 디자인파크 대표와 2018년 평창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 개발한 디자인 전문가 세 사람이 DCF대명문화공장에서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장인규·장동련·김현·이희곤 디자이너. 우상조 기자

-김현 디자이너께서는 평창올림픽 유치 직후 백호를 마스코트로 제안하신 바 있습니다(본지 2011년 10월 15일자 33면).
▶김=이번에 전문 기업 공모할 때 우리(디자인파크)도 참여했는데 이 대표에게 밀렸어요. (웃음) 지금도 변함이 없는 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동물을 호랑이로 굳히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미국은 흰머리독수리, 러시아는 곰, 중국은 팬더처럼 각 국을 상징하는 동물은 국가 브랜드라는 큰 자산이 될 수 있어요. 우리나라는 예부터 호랑이 얘기를 듣고 자랐고, 호랑이와 관련된 민예품도 많아요. 수호랑 이후에도 호랑이를 소재로 한 상징물이나, 문화 상품을 다양하게 개발해서 활용해야 합니다.
▶장 위원장=동의합니다. 한국에서 호랑이는 한 개인이 성장하면서 마음 속에 애착을 갖게 되는 소재죠. 호랑이를 국가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것은 한국인의 의지와 단결, 젊은이들의 꿈과 열정을 상징하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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