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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쏭부부의 잼있는 여행] 45 한 달 살기에 도전하다

중앙일보

입력

최근 한 달 살기 여행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어요. 여러 도시를 짧게 들르는 대신 마음에 드는 한 도시에서 오래 머물며 그 지역의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여행인데요. 우리 부부도 장기 여행의 ‘쉼표’로 한 달 살기 여행에 도전해 보았습니다. 한 달을 보낼 도시는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요.

우리 부부의 한달 살기 여행지, 조지아 트빌리시.

우리 부부의 한달 살기 여행지, 조지아 트빌리시.

“조지아에서 한 달 살고 있어”라는 말에 십중팔구 돌아오는 대답은 재미있게도 “커피 유명한 거기?”였어요. 국내에서는 캔 커피 이름으로 더 유명한 조지아는 사실 미국 조지아 주(州)를 가리켜요. 미국이 아닌 유럽 나라 조지아(Georgia)는 코카서스 산맥 남쪽에 위치한 코카서스 3국 중 하나로 북쪽으로는 러시아, 서쪽으로는 흑해, 남쪽으로는 터키·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과 맞닿아 있어요. 과거 구(舊)소련 국가였지만 1991년 독립했고, 최근 러시아어 ‘그루지야’에서 영어 이름 ‘조지아’로 국호를 바꿨어요. 왜 하필 조지아를 한 달 살기 장소로 선택하게 되었을까요?

코카서스 3국 중 하나인 조지아. 세 시간만 차를 타고가면 코카서스 산맥의 아름다운 산, 카즈벡 산을 볼 수 있다.

코카서스 3국 중 하나인 조지아. 세 시간만 차를 타고가면 코카서스 산맥의 아름다운 산, 카즈벡 산을 볼 수 있다.

조지아에서 한 달 살게 된 이유를 풀어볼게요. 먼저 착한 물가. 한 달 살기를 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현지 물가에요. 물가가 저렴해야 장기 거주를 하는 데 부담이 없기 때문이에요. 하루 생활비가 10만 원씩 든다면 장기 여행자로서 그곳에서 마음 편하게 쉴 수만은 없으니까요. 한 달 살기 여행을 많이 하는 곳으로는 인도네시아 발리, 태국 치앙마이, 그리고 이집트 등이 대표적이죠. 이 도시들의 특징도 물가가 저렴하다는 거에요. 조지아 물가는 우리나라 절반 이하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지하철이나 버스 요금이 0.5라리(200원)이고, 택시 기본요금은 2라리(800원)에요. 숙소는 한 달 600라리(24만 원)로 계약했고요. 생활비는 하루 평균 2인이 2만~3만원 정도로 부족하지 않게 생활했어요. 가끔 외식도 하고 한 달 동안 근처 피트니스 센터까지 다니면서 2인 100만 원 내외로, 나름 삶의 질 높은 생활이 가능한 도시였어요.

요즘 대세는 현지인처럼 한 도시 살기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 골라 #저렴한 물가와 맛있는 음식 넘치는 곳

한 달동안 머문 집.

한 달동안 머문 집.

조지아 사람들의 주식인 커다란 빵 푸리(Puri), 단돈 0.8라리(350원)다.

조지아 사람들의 주식인 커다란 빵 푸리(Puri), 단돈 0.8라리(350원)다.

트빌리시 지하철 요금은 구간 상관없이 0.5라리(200원)다.

트빌리시 지하철 요금은 구간 상관없이 0.5라리(200원)다.

두 번째 조건은 음식. 조지아에 도착했을 때 가장 반가웠던 건 바로 돼지고기에요. 한국에서는 흔하디흔한 돼지고기지만 여행하다 보면 은근 먹기 힘든 귀한 존재거든요. 특히 조지아 바로 전 여행지였던 인도에서는, 한식당에서 말고는 돼지고기를 거의 볼 수 없어서 더욱더 반가웠어요. 조지아 옆 나라인 터키를 포함한 이슬람 국가에서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기 때문에 닭이나 양고기를 먹지만, 조지아에서는 돼지고기 요리가 많아 큰 마트에서 삼겹살까지 쉽게 구할 수 있어요. 물론 돼지고기 하나 때문에 조지아를 선택한 건 아니고 그 외에도 맛있는 음식이 많아요. 우리나라 만두와 비슷한 조지아식 만두인 힌칼리(khinkali), 조지아식 치즈 빵인 하차푸리(khachapuri) 등 눈과 입이 즐거운 음식이 많아요. 또 와인 산지라 와인이 저렴하고 맛있어서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조지아는 천국이나 다름없어요.

조지아의 대표적인 음식인 치즈빵 하차푸리.

조지아의 대표적인 음식인 치즈빵 하차푸리.

조지아의 대중적인 만두 요리, 힌칼리.

조지아의 대중적인 만두 요리, 힌칼리.

와인의 발원지 조지아. 그래서인지 와인 행사도 많다.

와인의 발원지 조지아. 그래서인지 와인 행사도 많다.

세 번째로는 교통. 조지아는 예로부터 동방과 서방을 잇는 무역국이었어요.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는 현재도 교통의 중심지에요. 트빌리시 센트럴 역에서는 코카서스 3국에 속한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으로 가는 야간열차가 매일 운행 중이고, 러시아 국경까지도 차로 3시간이면 갈 수 있죠. 트빌리시에서는 조지아 전역으로 가는 미니버스인 마슈롯카와 기차도 운행하고 있어요. 그래서 트빌리시에 머물면서 시그나기, 므츠헤타, 카즈베기 등 유명 관광지를 당일치기로도 다녀올 수 있었어요.

버스 터미널 디두베 전경.

버스 터미널 디두베 전경.

대형 버스 대신 작은 미니버스인 마슈롯카가 전국을 잇고 있다.

대형 버스 대신 작은 미니버스인 마슈롯카가 전국을 잇고 있다.

또 조지아는 영화와 문학으로 유명한 예술의 나라이기도 해요. 그래서 수도 트빌리시에서는 문화생활을 즐길 기회도 많고 비용도 저렴해요. 인문환경뿐 아니라 자연환경도 빼어나요. 트빌리시에서 30분만 벗어나도 때 묻지 않은 자연을 즐길 수 있죠.

유럽 느낌이 물씬나는 트빌리시.

유럽 느낌이 물씬나는 트빌리시.

트빌리시에서 30분만 빠져나가면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 도시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므츠헤타.

트빌리시에서 30분만 빠져나가면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 도시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므츠헤타.

이런 이유로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한 달 살게 되었고, 만족스럽게 트빌리시에서의 생활도 마무리 지어가고 있어요. 그래도 살다 보니 아쉬운 점이 조금씩은 있더라고요. 도시가 작아서 다른 대도시와 비교하면 도시 자체에 볼거리가 많이 없다는 점, 그리고 물을 좋아하는 여행자들은 물놀이할 바다나 강이 없어서 아쉬울 수 있어요. 경제가 오랫동안 침체한 상황이라서 관광지를 살짝만 벗어나면 어두운 분위기가 들기도 했고요. 다행히 도시 전체에 경찰이 많아서 치안은 좋은 편이에요.

트빌리시 야경.

트빌리시 야경.

트빌리시에서 한 달 지내며 참가했던 트빌리시 마라톤.

트빌리시에서 한 달 지내며 참가했던 트빌리시 마라톤.

처음에는 이름조차 생소한 나라였지만 최근 방영한 TV 프로그램의 영향인지 한국인 관광객도 늘어나는 추세인 것 같아요. 우연히 한 달 살기를 하는 다른 한국인 부부를 만나 오랜만에 한식도 만들어 먹으며 한국에 온 듯한 기분을 만끽하기도 했어요. 한 도시에서 오래 머물 때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인 것 같아요. 다음 화부터는 트빌리시에서 떠날 수 있는 매력적인 여행지를 소개해 드릴게요.

정리 = 양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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