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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영이 11년 만에 주연을 맡은 그 영화? '유리정원'

중앙일보

입력

'유리정원'

'유리정원'

감독·각본 신수원 | 출연 문근영, 김태훈, 서태화, 임정운, 박지수 | 프로듀서 임충근 | 촬영 윤지운 | 조명 강성훈 | 미술 윤상윤 | 분장 김정미 | 특수분장 유태영 | 편집 이영림 | 음악 류재아 | 시각효과 정재훈 | 장르 미스터리, 드라마 | 상영 시간 116분 | 등급 12세 관람가

[매거진M] '유리정원' 영화 리뷰

★★☆

'유리정원'

'유리정원'

[매거진M] 나무에 영혼이 있다고 믿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재연(문근영)은 사람들보다 나무와 있을 때 편안함을 느낀다. 그는 식물의 광합성 능력을 인간에게 이식하는 연구를 하지만, 당장 상품화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외면당한다. 그가 의지하던 정 교수(서태화)마저 등을 돌린다. 이에 재연은 숲속에 자리한 자신만의 아지트, ‘유리정원’으로 숨어든다. 우연히 그의 행방을 알게 된 무명작가 지훈(김태훈)은 재연이 그곳에서 지내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것을 바탕으로 ‘유리정원’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써 주목받는다.

'유리정원'

'유리정원'

아름드리나무들이 우거진 초록의 땅, 숲속은 환상과 희망의 공간이다. 그 바깥의 현실 세계에서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배신과 좌절, 무시를 겪은 재연과 지훈은 이곳에서 비로소 꿈꾸던 것을 이루고 희망을 품는다. 마치 초록의 나무가 울창하게 잎과 가지를 뻗듯, 둘은 숲에서 존재 가치와 가능성을 제대로 펼친다.

이는 신수원 감독 특유의 판타지적 상상력이 발휘되는 대목이다. 단편 ‘순환선’(2012)은, 그 아내(김영선)가 닭을 출산하는 장면을 통해 주인공 상우(정인기)가 중년 남성으로서 느끼는 무력감과 공포를 독창적으로 드러냈다. ‘명왕성’(2013)은 입시 경쟁과 학교 폭력의 긴장을 사제 폭탄으로 터뜨렸다. ‘VIP 병동’을 소재로 우리 사회의 차별적 현실을 해부하는 ‘마돈나’(2015)는, 두 여성 주인공의 삶이 겹쳐 보이는 장면을 판타지로 연출했다. 판타지를 통해 오히려 현실 문제를 날카롭게 비추는 것이야말로 한국영화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신 감독 영화의 개성이다.

'유리정원'

'유리정원'

‘유리정원’의 숲속 장면 역시 마냥 아름답고 환상적이지만은 않다. 숲에서 재연은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루지만, 그럴수록 영화는 그것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음을 암시한다. 거기서 극의 긴장이 피어나는 구조다.

‘유리정원’은 그 긴장을 장면의 분위기, 특히 숲 장면의 신비하면서도 불안한 느낌, 그것이 나타내는 강렬한 상징으로 표현하려 한다. 그만큼 장면 장면이 얼마나 그럴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느냐가 중요하다. 그 점에서 ‘유리정원’은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 재연의 연구로 사람이 점점 초록의 피가 도는 나무가 되어가는 모습이 그럴싸하게 보이지 않는 나머지, 신비로운 동시에 섬뜩하고, 아름답고도 슬픈 감정을 복합적으로 느끼기 힘들다. 이 영화만의 독창적인 시도가 무색해지는 것 같아 무척 안타깝다.

TIP 문근영이 영화 주연으로 나선 건, ‘사랑따윈 필요없어’(2006, 이철하 감독) 이후 무려 11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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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은행나무침대' 에서 황장군역의 신현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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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괴물들이 사는 나라'(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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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돈나'.

영화 '마돈나'.

‘은행나무침대’(1996, 강제규 감독) 나무에 얽힌 안타까운 사랑의 판타지.

'괴물들이 사는 나라’(2009, 스파이크 존즈 감독) 비밀의 숲에서 벌어지는 판타지 세계.

‘마돈나’(2015, 신수원 감독) 신 감독 특유의 현실 비판적 판타지의 개성을 더 맛보고 싶다면.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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