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의 인사를 비판하며 5대 원칙(위장 전입, 논문 표절, 세금 탈루,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을 내걸었다. 이 중 하나라도 위반할 경우엔 고위공직자로 등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 스스로 “공직후보자는 청와대 내 인사시스템과 국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엄격한 검증을 거칠 것”이라며 “역대 가장 깐깐한 인사검증을 했던 민정수석이 저 문재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원칙과 깐깐한 인사검증은 얼마나 지켜졌을까. 지금까지 지명된 인사청문회 대상인 국무총리와 장관(후보자) 및 위원장 22명을 전수조사 했다. 그 결과 22명 중 15명(68.2%)이 5대 원칙에서 하나 이상에서 논란이 됐다. 상당 부분에선 사과도 했다.
◇이낙연·김상조·강경화 등 4개 위반하고 임명=이낙연 국무총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장관으로 각각 4개 분야에서 의혹이 제기됐지만 임명됐다.
이 총리는 아들의 군 면제를 비롯해 위장전입, 세금(상속세) 탈루, 아파트(2억4000만원) 시세 차익 등으로 의혹이 일었다. 아들의 군 면제에 대해 이 총리는 “아들이 어깨 탈구 등의 증세로 수술을 받고 이때문에 면제 대상이 됐다”며 “‘공익근무라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탄원서까지 썼지만 허용되지 않았다”고 부인했으나 나머지 세 문제에 대해선 사과했다. 강 장관은 위장전입, 증여세 탈루, 논문 표절, 부동산 투기 등에 대해 지적이 있었고 위장전입·증여세 탈루 부분에 대해선 유감을 표명했다. 특히 딸의 이화여고 교장 사택 위장전입애 대해선 거짓 해명까지 불거졌다.
김 위원장은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대치동의 은마아파트 부동산 투기성 위장전입, 목동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 및 부인의 소득세 탈루, 논문표절 등의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은마아파트 전입은 교육 목적도 있었지만 아내의 병 치료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 외 의혹에 대해서는 ‘부주의’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5대 비리 중 가장 많은 위반 사례는 세금 탈루로 11건이었으며, 그 다음은 부동산투기(10건), 논문표절(9건) 이었다.
하지만 고위공직자 후보자 중 5대 비리에 해당돼 낙마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병역비리, 취득세 탈루, 논문표절 등 3개 항목에서 의혹이 제기됐지만 아들의 고교 퇴학 무마 논란과 허위 혼인 신고 문제로 자진사퇴했다.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후보자도 음주운전과 임금체불 논란이 컸다.
◇후보자 1명당 4.59건 의혹=다른 의혹도 적지 않았다. 강경화 장관 장녀의 국적 포기 후 건강보험 혜택이나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의 두 자녀 LG계열사 입사 특혜 등이 대표적이다.
또, 5대 비리에 저촉된 사례는 총 42건이었으나 그 외 의혹까지 확대하면 101건으로 늘어났다. 1명당 4.59건의 의혹이 제기된 셈이다.
가장 많은 종류의 논란이 제기된 고위공직자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8건), 이낙연 총리, 강경화 장관, 박상기 법무부장관 후보자 (7건) 등 순이었다. 반면 의혹이 가장 적었던 것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정현백 여성부 장관으로 각각 1건이었다. 또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은경 환경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 조명균 장관, 정현백 장관 등은 5대 위반에 저촉되지 않았다.
인사청문대상 후보자 22명 전수조사 #이낙연 총리, 강경화 외교장관,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네 분야 의혹 #후보자 당 4.59건 의혹 제기 #자유한국당, "대통령이 5대 원칙 못 지킨 데 대해 사과해야"
청와대의 이같은 인사 문제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줄곧 발목을 잡으며 부담으로 작용했다. 야권은 “청와대가 내건 5대 인사원칙을 스스로 파기했다”며 집중공세를 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을 놓고 국회가 공전에 빠졌을 때 “문 대통령이 고위공직자 배제 5대 원칙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사과하라는 요청을 계속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조건을 걸기도 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스스로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내걸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고, 현 여권과 가까운 유인태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의 인사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부터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까지는 ‘A 학점’이지만 그 다음은 C학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빵 한 조각, 닭 한 마리에 얽힌 사연이 다 다르듯 관련 사실에 대한 내용 또한 들여다보면 성격이 아주 다르다”고 ‘해명’했다가 논란이 더 커지기도 했다.
이때문에 19일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청와대 오찬에서 이에 대한 언급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