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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별없는 애정표류, 이래도 좋은가|TV여성드라마들 천편일률적인 삼각관계 설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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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리나라 TV드라머의 고질적인 속성으로 통속적인 애정관계와 여성취향의 퇴영적이고 비생산적인 향락추구경향이 그동안 거듭 지적돼왔다.
최근 일부 여류방송작가들의 작품이 많이 방영되면서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KBS 제2TV의 수목드라머 『이별, 그리고 사랑』(박정란극본·최상현연출), 주말연속극 『그대의 초상』(조소혜극본·김수동연출)과 MBC-TV의「첫사랑』(홍승연극본·최종수연출)등은 그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모두 미묘한 애정의 삼각관계를 그리고 있다.
『이별…』은 혼자사는 중년여인(김민자분)이 같은 아파트에 사는 남자(장용분)와 직장 상사(박근형분)사이에서 애정의 갈등을 일으킨다. 같은 채널의 주말연속극『그대의 ,초상』도 자매(치화연·양미경분)가 한 남자(홍요섭분)를 두고 사랑놀이를 하는 등 얽히고 설긴 남녀관계가 주된 이야기가 되고 있다.
MBC-TV의 『첫사랑』도 마찬가지로 남녀대학생 주인공들(유인촌·황신혜·허윤정분)의 삼각관계에다 어둡고 비정상적인 그들 부모의 애정관계가 오버래프된다. 더구나 한 채널로 방영되는 『이별…』과 『그대의 초상』은 등장인물의 성격과 배경이 비슷해서 자칫 같은 드라머로 착각하는 시청자들마저 있는 실정이다.
남편과 사별한채 혼자 자녀들(딸중심)을 키우는 두 40대 미망인들이 자신의 재혼문제로 고민한다든가, 그 딸들 역시 삼각관계에 빠지는 설정이 모두 비슷하다.
그런가하면 『이별…』에서의 광고회사와 『그대의 초상』에서의 인티리어회사는 같은 무대배경이라 보는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또 지난 1월에 막을 내린 『빛과 그림자』에서 주역을 맡았던 탤런트들이 그대로『그대의 초상』에도 출연, 식상감을 더해주고 있다.
한편 『첫사랑』은 사랑하는 남자를 두고도 그의 무관심에 반발, 다른 남자에게 결혼하자고 울며 고백하는 무분별한 여대생을 그리고 있다. 드라머 배경은 지성을 상징하는 대학건물과 도서관이나 거기에 등장하는 여대생들의 애정행각은 현실과는 거리가 먼 치기만이 돋보일 뿐이다.
이에 대해 방송평론을 하는 가정주부 이경순씨는 『사랑이란게 드라머의 영원한 주제가 될 수 있지만, 이와 같이 현실성이 없는 사랑이야기가 TV드라머를 지배하는 경향은 사라져야 한다』며 『이 드라머들을 보는 여성시청자들이 사랑이 삶의 전부라는 생각을 갖게될까 걱정이 된다』고 지적했다.
일반문학작품과는 달리 동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영상메시지를 전달하는 TV드라머는 방영내용이 그 사회의 상징적 환경의 주류를 이뤄 무의식중에 사람들의 사고 행동을 지배할 수도 있다.
요즘 홍수를 이룬 사랑드라머가 살아가는 이야기 속에 진실된 생활과 생각을 담아 감동을 주는 것인지 작가·제작자의 재고가 있어야 하겠다.

<양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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