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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동(riot) 대신 소요(unrest)로"…LA시장실 요구

미주중앙

입력

지난 23일 4·29 LA폭동 24주기를 맞아 LA한인타운에서 아픔을 되새기고 커뮤니티 화합을 도모하는 평화대행진이 펼쳐졌다.

하지만 이날 참가자들이 받은 책자에 '4·29 폭동(riot)'이라는 말 대신 'LA civil unrest(LA 시민 소요사태)'라는 표현이 적혀 있었다. riot이 unrest로 둔갑한 것이다. 이날 시장실에서 발급한 봉사상에서도 '폭동'이라는 말은 없었다.

지난 5년 동안 평화대행진에서 '폭동'이라는 말은 빠지지 않았으나 왜 올해 들어 갑자기 시민 소요사태로 바뀌었는지 궁금했다. 5년째 이 행사를 추진해 온 평화대행진위원회의 존 김 위원장은 "시장실 측에서 '폭동'이라는 말을 굉장히 꺼려했다"라며 "보다 완곡한 표현을 사용해 달라는 요청이 되돌아 왔다. 그쪽에서 '시민 소요사태'라는 말을 원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일부 주류 언론에서도 나오고 있다. 4·29 폭동을 한인사회 안에서 한인 시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다각적으로 접근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도한 'PC(political correctness:특정 그룹을 폄허하지 않으려는 정치적 수사)' 행위라며 반박하고 있다.

폭동에서 흑인이 가해자였고, 한인이 피해자인 게 엄연한 역사적 사실인데, 이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윌셔주민의회 캐롤린 심 대의원은 "시장실 측의 이러한 요구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희석하는 잘못된 행위"라고 비판했다.

PC는 사회학적으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뜻한다. 성차별이나 인종차별 등에 근거한 언어 사용이나 활동에 저항해 이를 바로 잡으려는 운동이다. 언론이 백인 보다는 소수계인 흑인 편에 서는 것 등이 PC의 예다. 한편, 시장실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왜 단어가 그렇게 바뀌었는지에 대한 정황을 잘 모르겠다"며 "알아보고 답하겠다"고 밝혔다.

원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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