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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풀이] 지난 1년간 숱한 화제 뿌린 드라마 '인어아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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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여간 말 그대로 무성한 화제를 뿌린 MBC의 일일 연속극 '인어아가씨'가 오늘 65분짜리(2회분) 고별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이 드라마가 드디어 끝난다는 소식에 반색하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다. "시청률만 믿고 욕설.폭력.비상식이 난무하는 드라마를 쓴다"며 작가 임성한씨 퇴출 운동까지 벌였던 안티 사이트 회원들이 한 축. 나머지 한 축은 날이면 날마다 '인어아가씨'를 열성적으로 챙겨보는 아내 때문에 8시 뉴스를 끝까지 볼 수 없었거나 제대로 된 저녁식사를 하지 못했던 이땅의 숱한 남편들이다. 그간 쏟아졌던 박수와 질타가 다시금 선명하게 대비되는 순간이다.

시청률 1위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자부심과 안티 팬들로 인한 마음 고생을 함께 떠안고 1년을 동고동락해온 연출자 이주환씨와 주인공 은아리영 역의 장서희씨. 오늘 방영되는 마지막회의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편집실에서 만난 두 사람에게선 동지애 이상의 끈끈한 감정이 묻어났다.

"개성이 강한 작가와 연기자들을 다독여가며 드라마를 1년 넘게 끌고 온 것은 모두 감독님의 부드러운 카리스마 덕분"이라는 장씨의 말에 이씨가 "집중력과 순발력이 뛰어난 장서희씨의 연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공을 돌렸다.

'인어아가씨'에 대한 최근 논란의 중심에 작가 임씨가 있긴 하지만 사실 이 드라마는 연출자 이씨와 주인공 장씨에게도 적잖은 의미가 있다. 우선 장씨의 경우 아역에서 출발해 21년간 단역과 조연을 전전하다 첫 주연작인 이 드라마로 '2002년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 등 5관왕에 오르는 영광을 누렸다.

'종합병원''선희 진희' 등 미니시리즈를 주로 연출했던 이씨 역시 처음으로 일일 연속극의 사령탑을 맡아 당시 KBS와의 시청률 경쟁에서 죽을 쑤고 있던 '드라마 왕국' MBC의 자존심을 되살린 '일등공신'이 됐다.

"솔직히 출발은 불안했어요. 새로 시작하는 일일 드라마의 주연으로 장서희씨를 쓴다는 말에 회사 내 여기저기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며 압력이 만만치 않았죠. 상대역으로 캐스팅하려던 스타급 남자 배우들도 줄줄이 섭외를 거절하고…."(이)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요. '나를 거부한 남자들'과는 앞으로도 절대 함께 드라마를 안할 거예요. 하지만 그 때 품은 '독기'로 드라마 초반의 표독스러운 연기를 해낼 수 있었으니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할까요."(장)

장씨의 말마따나 방송 일주일 만에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보이며 경쟁사의 일일극을 앞지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아리영의 한서린 복수 연기가 놀라운 흡인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자신과 어머니를 버린 아버지 은진섭(박근형 분)에게 복수하려는 아리영이 이복동생인 예영의 약혼자 이주왕(김성택 분)을 유혹해 결혼에 성공한다는 드라마의 줄거리는 이제껏 단란한 가족이 '알콩달콩'사는 얘기를 그리던 일일극의 궤도를 크게 벗어난 것이었다.

하지만 빠른 극 전개와 주연 및 조연들의 탄탄한 연기에 힘입어 이 같은 파격은 얼마 안가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아냈다.

"아무리 복수극이라지만 일일극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도록 원로 연기자들이 균형을 잡아주셨죠. 제가 너무 감정에 몰입하다 보니 연기가 다소 부담스러웠던 점도 꼬집어 주시고요."(장)

예컨대 아버지인 진섭과 부인 심수정(한혜숙 분)이 아리영의 집을 찾아가 용서를 비는 장면의 경우 원래 대본에는 아리영이 병을 깨서 진섭에게 들이대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대본 연습 시간에 원로 연기자들이 '온가족이 보는데 딸이 아버지에게 병을 들이댄다는 건 너무 자극적인 설정'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반대해 결국 아리영이 자신의 손목에 대는 시늉을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한편 시청자들은 이같이 치열한 복수극이 아리영의 결혼과 함께 홈 드라마로 바뀌었다가 최근 들어선 주왕에게 다른 여자가 생기며 반전을 거듭하자 과연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날지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다.

"이혼으로 인한 가족들의 고통, 가정의 소중함을 알려주자는 게 당초 기획 취지였습니다. 주왕이 아리영 외의 여자를 더 이상 만나진 않을 겁니다. 다만 둘이 행복하게 가정을 꾸려갈지, 아니면 아리영이 교통사고로 죽고 주왕이 혼자서 아이들을 꿋꿋하게 키워 나가는지에 대해선 확실하게 결론을 내지 않으려 합니다." 연출자 이씨는 마지막회의 시청률을 높이려는 듯 여운을 남겼다.

신예리 기자 <shiny@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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