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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김영호, 총선 출마 고민한다면 감사원 떠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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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감사원 김영호 감사위원이 내년 총선 출마를 “고민 중”이라고 국감에서 시인했다. 경남 진주 출신인 김 위원은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재직할 때부터 내년 총선(진주을)에 출마할 것이란 설이 무성했다. 그는 감사위원 임명장을 받은 지 열흘 만인 지난달 16일 진주로 이사했고, 이후 자주 진주로 내려가 활동한 사실이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됐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 중에서도 가장 무겁게 중립을 엄수해야 할 자리가 감사원 공직자다. 김 위원이 총선에 뜻이 있었다면 애당초 감사위원직을 맡지 말았어야 했다. 더욱이 국감장에서 출마를 고민 중이라고 고백까지 한 만큼 지금 당장 위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정도다.

 지난달 새누리당 연찬회에서 “총선 필승” 건배사를 한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과 연설 도중 “내년엔 잠재성장률 수준인 3% 중반 선으로 복귀할 수 있게 해 당의 총선 일정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한 최경환 경제부총리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조치도 유감스럽기 짝이 없다. 정 장관에 대해선 ‘경고’에도 못 미치는 ‘주의 촉구’에 그쳤고, 최 부총리에 대해선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가 아니다”며 면죄부를 줬다.

 두 사람의 발언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대단히 부적절한 행동이다. 총선을 앞두고 정부의 사소한 실수도 관권 개입 의혹으로 부풀려질 빌미를 준 점에서 더욱 그렇다. 과거엔 고위공직자가 이런 발언을 하면 혹독한 징계가 내려졌다. 2004년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이 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가 탄핵당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요즘은 야당이 지리멸렬한 탓인지 선거 주무 부처인 행자부 장관이 여당의 승리를 기원하는 건배사를 외쳤는데도 선관위가 유야무야 넘어가고 있다.

 이는 나라의 근간인 민주·법치주의를 뒤흔드는 행위다. 더구나 현 정부엔 여당 의원 5명이 부총리·장관으로 재직하고 있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이들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선관위는 정권의 눈치를 보는 대신 공정하고 엄격한 잣대로 공직자들의 정치적 일탈을 막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