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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 여성 데려다 이틀 교육시키고 마사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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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소 단속반원들이 지난 28일 경기도 안양시 인덕원의 한 마사지 업소에서 불법 취업한 태국 여성들을 단속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지난 28일 오후 2시 경기도 안양 인덕원역 근처. ‘태국 정통’이란 간판이 걸린 마사지 업소에 외국인 불법체류 단속반이 들이닥쳤다. 업주 김모(35)씨는 “여긴 태국 사람 없어요”라며 단속반을 막아 섰다. 하지만 2층의 후미진 골방에서 태국 여성 3명이 발견됐다.

이날 적발된 태국 여성 남프러(25)는 지난해 10월 태국의 한 호텔에서 현지 브로커의 소개로 이 업소 사장 김씨를 만났다. 김씨는 남프러에게 월 110만원을 제안했다. 태국에선 상당한 고임금이었다. 남프러는 바로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태국인은 관광 목적인 경우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어 한국에 쉽게 들어올 수 있었다. 태국이 마사지로 유명하지만 남프러는 이 분야에 전혀 경험이 없었다. 사흘 후 한국에 도착한 그는 단 이틀간 마사지 교육을 받고 실전에 투입됐다.

하루 4시간씩만 재우며 노동력 착취

 하지만 일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그는 단속반에 “반년 넘는 동안 하루 평균 4시간씩밖에 못 잤고, 쉬는 날도 없이 일했다”고 털어놨다. 자다가도 손님이 오면 일어나 비몽사몽간에 손님의 팔다리를 주무르고 비틀었다. 그가 배운 한국어는 단 두 마디였다. “소님(손님), 아빠요(아파요)?”란 말뿐이었다.

 지난달 불법체류로 단속된 중국 쓰촨성 출신의 준휘찌(23)는 지난해 8월 유학 명분으로 입국해 경기도 의정부의 마사지 업소에서 일했다. 업소는 손님들에게 “중국에서 3년 동안 황실의 전통 마사지를 해온 전문가”라고 속였다. 하지만 준휘찌는 중국에서 마사지 업소에서 일한 경험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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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 여성을 불법 고용하는 태국과 중국 마사지 업소가 늘고 있다. 서울 강남역과 역삼역 인근은 5년 전 10여 곳 정도였으나 최근에는 30여 곳이 성업 중이다.

강남, 웰빙 붐 타고 5년 새 3배 늘어나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국적으로 단속된 태국인 마사지 취업 여성은 1161명에 이른다. 2010년 175명, 2011년 460명, 지난해 526명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마사지 업소에 취업하는 태국인 여성은 대부분 관광 명목으로 무비자 입국해 불법 취업한 뒤 체류 기간(3개월)을 넘겼는데도 눌러앉는 경우가 많다. 김용국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 조사계장은 “일부는 마사지 업소 취업을 위해 위장결혼까지 불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고용 마사지 업소는 현행 의료법도 어기고 있다. 의료법은 2년 이상 수련한 시각장애인에게 안마자격증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식 안마사가 근무하는 안마시술소 등을 제외한 안마 관련 업소는 불법이다. 하지만 현행 의료법(81조)은 안마시술소 등에 대한 단속 규정만 마련돼 있다. 유사 업소에 대한 단속 규정은 없다.

다칠 위험 큰데도 유사 안마 처벌 못해

김석건 대한안마사협회 기획실장은 “유사 업소는 장애인 안마사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무자격 안마사에게 서비스를 받을 경우 척추 골절 등 부상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박모(41)씨는 지난 2월 중국 마사지를 받다 갈비뼈에 금이 가는 사고를 당했다. 박유미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장은 “태국이나 중국 마사지 업소는 단속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권철암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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